'talking about the movie'에 해당되는 글 30

  1. 2016.03.03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2. 2015.06.28 극비수사
  3. 2015.01.10 카트
  4. 2014.08.23 명량
  5. 2014.01.04 변호인
  6. 2012.12.09 26년
  7. 2012.11.27 범죄소년
  8. 2012.11.24 남영동 1985
  9. 2010.08.26 악마를 보았다 2
  10. 2010.05.22 시 (부제 : 영화관람 매너에 관하여) 2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2016. 3. 3. 23:29 | Posted by 너부리7

모처럼 쉬는 평일의 점심나절이나 일요일 아침을 이용해 동네 극장을 찾곤 한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마트의 옥상에 위치한 극장이다 보니 평일에는 아이들 학교 보내고 온 가정주부들, 일요일에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많다.

 

주부님들은 극장 내 커피숍에서 영화를 기다리며 폭풍수다를 떤다. 솔직히 좀 시끄럽지만 보통 시작 시간 10분 전 쯤 도착하니까 그 정도는 견딜만 하다. 뭐 영화 기다리며 수다 좀 떨겠다는데... 게다가 내 청각이 예민하기도 하다.

 

문제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다. 하아... 정말 문제가 많다. 

 

 

<로봇, 소리> 를 보러 갔을 때는 옆 자리에 부부와 딸이 앉았다. 문제는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딸. 계속 부스럭거려서 신경이 쓰였는데 시작에 불과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신발을 신은 두 발을 앞좌석에 얹어놓았다. 등받이나 팔걸이 쪽이 아니라 관객이 앉았다면 머리가 닿을 부분에 말이다. 한 마디 할까 하다가 꾹 참아 넘겼다.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학생, 나중에 니가 발 댄 데 머리 대고 앉을 수 있어!)

 

 

설 연휴 때 <검사외전> 을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내 뒷자석에 열댓명 정도 되는 가족들이 단체 관람을 하러 왔었다. 바로 내 뒷자리는 할아버지가 앉으셨다. 명절에 가족끼리 영화를 보러 오셔서 매우 즐거우신 듯 했다. 다 좋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좌석을 발로 걷어차셨다. 거의 10분에 한 번 꼴로. 한 번 또는 연속으로 서너 번씩. 뒤를 돌아봤다. 웃느라 정신이 없는 할아버지. 나의 경고를 느꼈을 리 없다. 좀 잠잠해졌나 싶었는데 나의 착각. 계속 걷어찼다. 결국 뒤를 돌아 얘기를 했다. "그만 좀 차세요!" 어리둥절하는 할아버지. 그 뒤로 계속 걷어찼다. 포기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나 화를 냈다. 할아버지는 미안해하셨다. 몰랐다. 그래서 자꾸 쳐다봤었구나 한다... (험한 소리 하고 싶지만...)

 

어쨌든 점점 더 영화관에 가기가 두려워진다. 특히 동네 극장은...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는 영국 신사분을 모셔다가 혼 좀 내고 싶다! T_T

 

그리고 제발 조용하거나 결정적인 장면에서 팝콘 좀 먹지마!

 

극비수사

2015. 6. 28. 23:23 | Posted by 너부리7

감독 곽경택
주연 움직이는 형사 "공길용" - 김윤석, 예언하는 도사 "김중산" - 유해진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15년 6월 24일(수) CGV명동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별점 괜찮음 ★★★★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마다 CGV에서는 오후 8시~10시 사이 시작하는 영화를 5,000원에 볼 수 있는 "컬쳐데이" 행사를 한다. 메르스 때문에 극장 가기 꺼려했던 1人이었지만 오랜만에 퇴근 후 영화관을 찾았다. (그렇다고 외출시 마스크 따위 쓰지 않음 ㅋㅋ)

 

극장 도착해서 팜플렛을 보다가 아차 싶었다... 감독이 곽경택이었다... 까탈스럽게 감독 따져가며 영화 보는 스타일은 아닌데... 곽경택, 윤제균 감독은 좀 꺼리는 편이다... 왜? 그냥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뭐... <극비수사> 는 김윤석, 유해진 두 주연배우만 보고 선택한 영화였다. 역시 두 배우는 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 덕분에 곽경택 감독까지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친구> 때부터 이어진 곽 감독의 고향-부산 사랑은 여전해서 <극비수사> 는 1978년 부산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아동유괴 사건이 바탕이다. 사주로 유괴된 아이를 찾은 형사와 도사의 33일간의 이야기다.

 

한 해 두 해 점점 나이를 먹다보니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영화는 꺼리게 된다. 예전부터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이유로 공포 쟝르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나다. 요즘은 증세가 더 심해져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부엌 씬만 나와도 초긴장. 칼질 할 때 손이 베이지 않을까, 물 끓이다 데이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T^T

 

아동유괴 사건을 다룬 영화라 매우 긴장하면서 봤는데... (이것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꺼리시는 분들은 여기부터 읽지 마시길!!) 다행히 <극비수사> 에는 잔인한 장면은 나오지 않으니 나 같은 작은 심장들도 비교적 편히(?) 볼 수 있을 듯!

 

 

                   ****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등장합니다. ^^ ****

 

 

 

<극비수사> 를 보고 새삼 유해진의 팔색조 매력에 빠져들었다. ♡_♡

 

<극비수사> 에서는 모든 무속인들, 심지어 자신의 스승마저 유괴된 아이가 죽었다며,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 호통치지만, 홀로 아직 아이가 살아있고, 공길용 형사의 사주라야 아이를 살릴 수 있고, 보름 후 범인에게 연락이 올 것이라고 예언하는, 끝까지 자신의 사주풀이에 대한 믿음을 굽히지 않는 외유내강 도사 "김중산" 으로 열연을 펼친다. 그러나 <소수의견> 에서는 현실과 타협하고 살아가는 이혼 전문 변호사 "장대석" 으로 분하여 유해진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한 편 지난 겨울 소소한 일상의 하루 세끼로 우리를 훈훈하게 해줬던 <삼시세끼 어촌편> 참바다씨 인간 유해진의 모습은 또 어떤가.

 

 

어쨌거나 유괴된 아이의 생환을 위해 끝까지 극비수사 원칙을 고수하는 소신있는 남자 공길용 형사 역의 김윤석. 모두가 '죽었다' 라고 하지만 혼자 '안 죽었다' 라는 사주풀이를 내놓으며 범인의 연락 시점까지 정확히 예언하는 도력 높은 도사 역의 유해진. 두 배우의 열연 덕분에 <극비수사> 는 강한 설득력을 갖게 됐다. 중요한 건 유괴된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이고 그 다음이 범인 검거인데... 영화에 투영된 우리의 현실에서는 늘 반대가 되었던 건 아니었는지? 그리하여 살릴 수 있는 아이조차 죽음으로 내몰았던 건 아니었는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주저리... 주저리...

고집불통 공 형사와 신념 강한 김 도사가 어렵게 사건을 해결하고 난 뒤의 상황이 매우 씁쓸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번다고 했던가? 자신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멋진 성공을 거두었으나, 그 공은 엉뚱한 사람들이 차지하고, 오히려 본인들은 어이없게 역풍을 맞는... 역시 현실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결국 그렇게 되는구나 싶었다. 종종 소개되는 미담의 주인공들이 이렇게 조작 될 수 있겠나 싶었다. 허나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게 세상살이다. 해피엔딩이어서 고맙다. 

 

 

카트

2015. 1. 10. 15:56 | Posted by 너부리7

감독 부지영
주연 "선희" - 염정아, "혜미" - 문정희, "순례여사" - 김영애, "동준" - 김강우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15년 1월 6일(화)~8일(목) 올레TV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괜찮음 ★★★★

 

<카트>... 개봉했을 때 볼까 하다가 극장 가기 귀찮아 그만 뒀다. 당시 주변의 평도 생각보다 별로였다거나 뻔 하다고들 했다. (역시 카더라 통신은 무섭다)

 

사실 IPTV를 사용하고 부터는 굳이 극장에 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최신 영화를 집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으니, 보고 싶으면 나중에 집에서 보자 하는 마음이 컸다.

 

스마트폰으로 바꾸면서 싸게 사겠다고, 쓰지도 않는 집 전화, 인터넷 전화까지 개설하고, 잘 쓰던 인터넷, IPTV 까지 통신사를 바꿔버렸다. 덕분에 VIP 회원이 됐다. 포인트도 많이 쌓였다. 전혀 모르고 있다가 작년 이맘때쯤 발견... 그 동안 TV 다시보기, 영화 등으로 알차게 썼다. 포인트로 50% 결제를 할 수 있으니 굳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아도 됐다. (그래... 난 바보닷! OTL) 

 

그러던 어느 날... 2015년 1월 5일부터 포인트 결제 비율을 20% 로 낮춘다 했다. 누구 맘대로? ㅡㅡ;; 부랴부랴 보고 싶었으나 극장에서 놓친 영화 몇 개를 구입했다. 우선 <한공주>, 너무 잘 생긴 ♡_♡ '루크 에반스' 가 나오는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 그리고 <카트>. 우선 부담없는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 부터 봤다. 두 번째로 <한공주> 를 보려고 했는데... 연초부터 너무 우울할 것 같아서 좀 덜 우울해 보이는 <카트> 를 골랐다.

 

 

                   ****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등장합니다. ^^ ****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으며 30여분씩 보기를 3일. 드디어 지난 목요일 <카트> 를 다 봤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 노조원들이 물대포를 맞는 장면에 이르러 통곡에 가까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엔딩에서 노조 간부들이 복직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노조원들이 전원 복직되었다는 글을 읽으며 또 한 번 울컥. T_T 

 

 

마트 직원은 아니지만 나 역시 이 분들과 조금 비슷한(?) 입장이라 더더욱 울컥 했던 것 같다. 물론 우리 회사는 노조의 힘이 비교적 센 편이고,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일방적으로 부당 해고를 당하는 일 따위는 상상할 수 없다. 내 일터가 공기업 계통이라 그럴 수도 있고, 우리 노조가 공기업 노조의 지부로 편입된 때문이기도 하겠고, 동료 중 일부가 공기업 쪽의 소위 '사모님' 인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금의 우리 노조 역시 설립 초기에는 힘든 일이 매우 많았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들려오긴 한다.

 

이미 아시는 분들은 다 아는 얘기지만... <카트> 는 까르푸 → 홈에버 → 홈플러스가 된 그 곳의 이야기다. 정확히 홈에버 시절의 이야기이다. (예전 '까르푸' 에서도 정직원 진급 관련 불협화음이 좀 있었던 걸로 안다) 마침 집 근처에 까르푸가 있어서 홈플러스까지 세 번이나 회사가 바뀌는 동안 종종 이용했기 때문에, 더 애틋한 마음이 드는 것도 같다. 심지어 내가 차를 사고 처음으로 갔던 곳이 까르푸이기도. ㅋㅋㅋ 게다가 한 때 파티쉐를 꿈 꾸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 했던 빵집이 홈플러스에 있던 '아티제 블랑제리' 였으니, 이래저래 나와 참 인연이 깊다. 새삼 아! 나도 마트 노동자였었구나... ㅋㅋㅋ

 

 

솔직히 나도 내가 감정노동자가 되기 전까지는 혜미에게 당연히 무릎을 꿇리는 진상(?) 고객의 입장이었을 것이다. 나는 평생 이런 일 따위 할 일 없다는 겁 없는 생각을 하며, 싫으면 이런 일 하지 않으면 될 거 아니냐는 옹졸한 생각을 가지고, '절대약자' 일 수 밖에 없는 그 분들을 대놓고 무시했을 것이다. 반성한다. 깊이 반성한다.

 

한 편으로 고객에게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당.연.히. 말할 수 있는 회사의 용기를 촉구한다. 여전히 목소리 큰 고객에게는 Yes 라 하고, 안 되는 것을 안 되는 것으로 인정하고 넘어가는 상식적인 고객에게는 No 라 하는, 이상한 행태에서 벗어나라고 전하고 싶다. 한 번 Yes 를 경험한 고객들은 그 이후에도 절대 물러섬이 없으니 악순환의 연속이다. 우리 고객들도 상식적인 요구를 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이 되기를 바라본다.

 

 

현업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많은 비정규직분들을 응원합니다!

아직도 '노조=빨갱이' 로 생각하는 분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당신이... 혹은 당신의 부모님이, 자녀가... 비정규직으로 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시길!!!

 

 

주저리... 주저리...

어렸을 때는 실업자니, 계약직이니 하는 것들은 영국처럼 노회한 나라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을 했었다. 잘 나가진 못했어도 나름 정규직으로서의 혜택을 누리던 내가 창업에 실패하고 경력이 단절되어 몇 번의 실패 끝에 지금의 직장으로 옮기고 나니 예전의 일들이 꿈(?) 같았다는 생각도 들고... 해가 바뀌어 나이도 한 살 더 먹고... 내가 나이를 먹은 만큼 연로해지신 엄마가 여기저기 편찮으셔서 벌써 두 번째 수술을 앞둔 작금에 <카트> 를 보게 되니, <또 하나의 가족> 을 봤을 때 만큼 씁쓸하다. 유명무실하게 느껴졌던 우리 회사 노조(간부) 사람들에게 그래도 있어줘서 고맙다는 감사를 전해야 할 것 같기도?

 

 

명량

2014. 8. 23. 12:40 | Posted by 너부리7

감독 김한민
주연 성웅 "이순신" - 최민식, 해적출신 왜장 "구루지마" - 류승룡,

       이순신을 애증하는 왜장 "와키자카" - 조진웅 

조연 장군의 아들 "이회" - 권율, 거제현령 "안위" - 이승준,

       탐망꾼 "임준영" - 진구, 비운의 "정씨 여인" -  이정현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14년 8월 16일 (토) CGV 명동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보통+1/2 ★★★☆

 

 

꿈의 스코어라는 1,500만 돌파의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대세 중의 대세 영화 <명량> 을 보고 왔다.

 

중, 고교시절 국사 과목은 곧잘 했음에도,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에서 돌아가신 줄 알고 가슴을 졸이며 봤다. 하루 역의 노민우가 눈에 화살을 맞고 수장될 때까지 '그럼, 누가 죽이는 거지?' 하며 걱정을 했다. 이런 국사 무식자 같으니라구!! ㅋㅋ

 

12척의 배로 300여척 적선을 궤멸시킨 '성웅' 이순신 장군의 실화는 놀라움과 감동 그 자체지만, 명량대첩을 영화로 옮긴 <명량> 은 글쎄..?? 솔직히 관객수에 비하면 좀 실망스러웠다. 모두가 '예' 할 때 홀로 '아니오' 외치기의 명수 '진중권 교수' 가 영화를 보고 실망했다는 트윗을 올렸다는 기사를 접할 때까지만 해도 '이 양반 또 시작이군' 했었다. (미안합니다 ^^;;)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니 나 역시.. OTL

 

 

그건 마치 <또 하나의 가족> 을 보고 느꼈던 실망감과 비슷한 것이었다. 거대기업의 불편한 진실(?)을 영화화 하는 시도이다 보니, 영화를 찍기까지의 과정도 험난했고, 찍고 난 이후 개봉하기도 무척 어려웠던 영화였다. 또한 관객 입장에서는 개봉 첫 주가 지난 후에는 만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T^T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으나 내용과 구성면에서 실망감이 컸다. <변호인> 을 본 뒤라서 한껏 눈이 높아졌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영화의 완성도 여부를 떠나, 성웅으로 추앙받는 이순신 장군과 명량대첩이라는 소재를 다뤘다고 해서 무조건 맹신하는 분위기는 경계하고 싶다. 게다가 관객수가 영화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이 아님에도, 언제부터인가 조금만 관객몰이를 할라치면 천만 관객 운운하는 대형배급사와 언론의 태도에 영 입맛이 쓰다.

 

 

뭐, 그렇다고 <명량> 이 형편없는 영화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주, 조연배우들 모두 출중한 연기력이 돋보였고, CG 사용이 많았다는 건 영화관람 후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서야 알았으니 CG 완성도도 훌륭했다.

 

문제는 스토리와 편집 같다. 감독의 의중은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고뇌와 함께 민초들의 헌신적인 도움까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여지나, 충분하지 못했다. 그래서 좀 어색하고 뭔가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나는 다들 최고로 꼽는 전투장면에서도 살짝 지루함을 느꼈다. 아무리 주가 이순신 장군이라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패배감에 젖어있던 다른 장수들이, 대장선의 놀라운 활약을 보고 자신감을 회복한 부분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했다. 아마도 편집과정에서 잘라낸 듯 한데.. 아쉽다!

 

 

 

개인적으로 '이순신 장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김훈 소설 <칼의 노래> 속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다. 김훈 작가 특유의 단문 위주의 간결하고 담담한, 어찌 보면 무뚝뚝하기까지 한 문체의 영향으로, 이순신 장군 역시 그러한 이미지로 기억된다. 묵묵히 장수 본연의 맡은 바 소임을 다 하는, 절대 꾸밈이나 엄살 따위라곤 찾아볼 수 없는, 꼬장꼬장한 원칙주의자의 모습 말이다. 물론 작가의 상상에서 기인한 것이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막내아들 면의 죽음에 가슴 아파 하는 부정(父情)이 안타까웠다. 수 많은 죽음 한가운데서 고뇌하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통해 임진왜란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김훈 작가 특유의 문체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전쟁의 참상에 가슴이 먹먹해져 며칠동안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명량> 으로 이순신 장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면 <칼의 노래> 를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내 또래 사람들이 기억하는 최초의 이순신 장군은 故 김무생 선생(요즘 1박2일에서 맹활약하는 탤런트 김주혁의 아버지)이 연기했던 MBC 대하드라마 <조선왕조 500년> 속 이순신 장군의 모습일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500원 지폐 속 메인모델(?)이었던 이순신 장군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인다고나 할까? ^^ <칼의 노래> 를 읽으면서도 은연중에 그 모습을 떠올렸던 것 같다. <명량> 이 나오기 전까지는 대부분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속 김명민이 연기했던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떠올릴 것 같다. 요즘 이순신 장군 붐을 타고 KBS에서 <불멸의 이순신> 을 다시 방송해주었으면.. 방영 당시에는 관심도가 미미해서 거의 보질 못했다. 다시 보고 싶다..

 

 

一揮掃蕩 血染山河 (일휘소탕 혈염산하)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

 

 

극 중에서 대승을 거둔 뒤 대장선의 한 격군이 관객 들으라며 대놓고 했던

"후손들이 우리가 이러고 개고생 한 것을 알까?"

라는 말의 의미가 꽤나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밤이다...

 

 

변호인

2014. 1. 4. 22:31 | Posted by 너부리7

감독 양우석
주연 변호인 "송우석" - 송강호, 돼지국밥 아줌마 "최순애" - 김영애,

       국밥집 아들 "진우" - 임시완, 사무장 "박동호" - 오달수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13년 12월 22일 (일) CGV 명동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괜찮음+1/2 ★★★★☆

 

 

영화는 영화일뿐...

요 근래 <변호인> 처럼 개봉 전부터 말이 많았던 영화가 있었던가 싶다.

좌우, 진보와 보수. 진영 논리를 떠나 야만의 시대에 정의를 펼쳤던 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면 안 될까? 영화의 모티브를 故 노무현 대통령의 젊은 시절에서 따 왔든, 실제로 그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왔든 간에 말이다.

(영화 관람 후 자신의 평을 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보지도 않고 카더라 통신을 남발하는 행동은 영화를 볼 사람을 위해서라도 금물이다)

 

서슬 퍼런 시절에 공기업에서 열심히 노조를 하셨던 부친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군부 독재가 나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당시 우리 윗 집에는 개인사업을 하시는 분이 사셨는데, 그 집 아이가 나와 동갑내기 친구여서 자주 놀러가곤 했었다. 그 집에서 파란색이 선명한 민정당 로고가 박힌 벽시계인가? 뭔가를 봤는데 왜 저런 물건을 집에다 뒀을까 하는 반감부터 들었을 정도이니. ㅋㅋㅋ

 

 

몇 년 후 TV로 생중계 되었던 5공 청문회에서 자신의 명패를 집어던지며 "전두환 = 살인마" 라고 외쳤던 젊은 국회의원 노무현에게 우리 가족 뿐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들은 통쾌하다며 박수를 쳤었다.

 

나는 <변호인> 역시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러한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완전한 오판이었다. 고졸 출신의 속물 변호사가 빨갱이로 몰린 억울한 대학생을 위해 변호인으로 나섰다가 현실을 깨닫고 민주 투사가 되었다는 이 감동적인 이야기가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 "노무현 프레임" 에 갇히고 말았다. 그건 아마도 "안녕하시냐" 는 한 대학생의 대자보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극과극으로 나뉘는 작금의 분위기와도 일맥상통 하리라.

 

 

어쨌든 시대는 변했다. 사람들의 생각은 같은 진보와 진보, 보수와 보수 끼리도 매우 달라졌다. 나만 해도 정치적인 성향은 진보에 가깝지만 그 외 나머지 가치관은 다소 보수적이다. 그 만큼 우리는 다원화 된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블로그,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한다. 덕분에 논쟁거리도 많아졌고, 몰랐던 사실에 새삼 주목하게 되고, 한 편으로는 무관심 해졌다. 가끔은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최근 이석기 의원 사건이 터졌을 때도 바로 어이없네 하면서도 정말? 하는 생각도 잠시나마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라든가 그 외 보편타당한 기준만큼은 동일해야 한다고 믿는다. 몇 백 년 후에도 이완용의 후손이 땅을 찾겠다고 나서면 모두가 어이없다고 생각하는 식으로 말이다.

 

어쩌다 보니 80년대 중반에 태어난 나보다 한참 어린 회사 동생들과 <변호인> 을 보게 됐다. 그런데 한 친구가 故 박종철을 모른다고 해서 매우 당황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20대의 젊은 친구들이 이런 영화를 좀 많이 봐주길 바란다. 당신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자유가 공짜가 아님을 기억해줬으면 싶다!

 

 

 

아직도 <변호인> 보기가 꺼림칙 하신가요?

그렇다면 배우 송강호는 좋아하시나요?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를 믿어보세요.

영화가 너무 무거울 것이다, 이념 논쟁 지긋지긋 하다 생각하신다면 걱정 마세요.

송강호 특유의 익살스러움이 묻어나 충분히 재미 있답니다. ^^

그리고 법정 씬에서는 뭔가 뭉클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을 거예요.

서울촌놈이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는데... "돼지국밥" 이 먹고 싶네요. T^T

 

26년

2012. 12. 9. 00:08 | Posted by 너부리7

감독 조근현
주연 조폭 "곽진배" - 진구, 사격선수 "심미진" - 한혜진, 경찰 "권정혁" - 임슬옹
       비서 "김주안" - 배수빈, 그 날의 장본인 "그 사람" - 장광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12년 12월 7일 (금) 롯데시네마 피카디리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괜찮음  ★★★★

 영화 <26년> 이 끝나고...
나는 하마터면 연희동으로 그 사람을 잡으러 갈 뻔 했다.『분노』
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렇게 나의 분노를 촉발시킨 그 사람 역을 실감나게-뻔뻔 그 자체- 연기한 배우 장광님께 큰 박수를 치고 싶다. 짝짝짝)

무시무시했던 유신정권이 끝나고 어렵사리 찾아온 1980년 한국의 봄. 그 봄의 싹을 자르기 위해, 4천명이 넘는 무고한 광주시민들을 단지 "빨갱이" 로 몰아 무참히 살해하고 세워진 제5공화국. "왜 나만 가지고 그래" 하는 유행어를 남기며 아직까지 전국민의 염장을 지르며 호의호식 하며 잘 살고 있는 그 사람. 그 사람에게 전국민은 정말로 많은 사과의 기회를 준 것 같다. 그러나 아직 그 사람의 진심어린 사과를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혹시 했다면? 제보 바랍니다. 전 기억에 없네요) 대신 통장잔고가 "29만원" 이라는, 황당한 말만 계속 들려온다. 어째 죽을 놈은 안 죽고, 살아야 할 사람은 죽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다. 이 시점에서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지신 그 분을 전국구 스타로 만들어줬던 분노의 외침 "전두환 살인마!" 가 떠오르는 건...

개인적으로 유권자들이 이 영화를 보고 꼭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했으면 싶다. 작품의 좋고, 나쁨을 떠나 우리는 역사의 진실을 알아야 할 사명감 같은 게 있으니 말이다.

 

  ****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등장합니다. ^^ ****

 


난 영화의 내용과 결말을 알게 된다 해도 해당 영화 보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카더라~" 통신은 100% 신뢰할 수 없는 데다가, 경험상 반 정도는 오히려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기 때문에, 내 눈과 귀를 통해 영화를 봐야만 직성이 풀린다. 따라서 이번 호 한겨레21에 실린 <26년> 기사 덕분(?)에 영화 오프닝에 등장하는 광주의 아픔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영화를 관람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기사 중에 "너무 자세하게 가면 잔혹해지지만 반대로 가면 영화 전체를 감싸야 할 동기부여가 떨어진다" 는 감독의 언급이 나온다. 그래서 영화 오프닝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하는 묘안을 찾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영화를 직접 본 결과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마 실사로 구체적인 장면이 등장했다면... 난 아마 토악질을 해대며 극장을 빠져 나갔을 지도 모른다. (공포 또는 잔혹한 영화는 아예 볼 엄두를 못낸다) 어쨌거나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된 장면도 충격 그 자체였다. 1980년 5월 18일부터 며칠동안 광주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는 대략적으로 알고는 있었으나, 막연한 상상이 영상으로 눈 앞에 펼쳐지니... 솔직히 무서웠다. 내가 유가족이라면 아무리 그들이 백배 사죄를 한다 해도 절대로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막바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이러냐?" 며 생을 마감한 질펀한 광주사투리의 아저씨가 자꾸 떠오른다. ㅠ_ㅠ 대체 1980년 5월 18일 당시 광주분들이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역사의 진실 = 정치적인 성향?
이런 말도 안 되는 편견들이 존재한다. '5.18 광주 민주항쟁 유가족들이 사건의 장본인인 前 대통령 암살을 계획한다' 라는 내용의 영화 <26년> 도 투자사를 찾지 못해 큰 고생을 하다 크라우딩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했다는 얘기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삼성 백혈병 사건을 다룬 영화 <또 하나의 가족> 역시 제작비 마련 및 주연배우 섭외 자체가 힘들어 큰 난항을 겪다가 요 근래 크라우딩 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했다고 들었다. 암묵적 또는 노골적인 외압이 아닌, 그저 경기가 어려운 탓이라 믿고 싶다...

남편의 처참한 주검을 본 뒤 정신병에 걸린 어머니 밑에서 자란 곽진배(진구 역)는 어머니의 포장마차를 이어 하다 조폭 보스에게 스카우트 되어 조직의 No.2 가 된다. 딸 아이의 이름을 짓다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 한 아내를 보고 삶을 포기한 채 알콜중독이 되어버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심미진(한혜진 역)은 국가대표 사격선수가 되지만 아버지 때문에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 배에 총을 맞고 죽어가던 누나를 본 권정혁(임슬옹 역)은 경찰이 되지만 하필이면 그 사람의 외출시 교통을 통제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어느 날 이들 앞에 보안업체 회장 김갑세, 그의 아들이자 비서인 김주안 부자가 나타나 그 사람을 단죄하자는 제안을 한다.

과연 심미진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그 사람을 단죄할 수 있을까?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화 보시라고 이만 총총... ^^;;


영화를 보면서 나를 분노케 만든 그 사람 역의 장광, 그리고 질펀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던 곽진배 역의 진구가 가장 돋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향이 서울인 관계로 진구의 사투리가 제대로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귀에는 정말 현지 사람처럼 들렸다 ㅋㅋ) <도가니> 에 이어 장광 아저씨는 국민 악역으로 거듭날 것 같은 예감이다. 또래 중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다고 생각했던 진구 역시 강한 성격배우로 거듭날 듯 한 예감. 허나 신인배우 임슬옹의 연기는 참으로 거슬렸다. (2AM 팬들께는 참으로 죄송하지만) 외모는 멋진 경찰 그 자체였는데 목소리는 모기... 국어책 읽나 싶게 어색해서 극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김주안 포함 4명의 남, 녀 중 유일하게 갈등을 겪으며 이탈하는 인물이 권정혁인데, 그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다보니, 영화 후반 갑작스런 심경의 변화 또한 설득력이 떨어졌다. 뭐,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이다. 혹시 감독 연출력의 문제일수도? 원작을 접한 적 없는 나로서는 영화 상 내용만으로 판단을 할 밖에.



주저리... 주저리...
영화를 본 지 꼭 하루가 지났다.
나의 분노는 하루 사이에 많이 사그러 들었지만 여전히 영화를 생각하면 활활 타오른다.
1980년 이후... 26년을 지나, 이제 32년째.
거의 웬만한 정치인들은 죄다 국립현충원과 함께 빼놓지 않고 5.18 묘역 참배를 한다.
참배를 하고, 광주 정신을 계승하겠다,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 어쩌구 저쩌구... =_=;
헝가리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독재 대통령이 물러난 후 그와 그의 가족들은 국민들에 의해 처형을 당했다.
우리나라 정서상 그런 과격한 일은 아마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사람이 편안한 여생을 보내는 일만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 잊지맙시다. 1980년 5월 18일을.

26년
감독 조근현 (2012 / 한국)
출연 진구,한혜진,임슬옹,배수빈,이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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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년

2012. 11. 27. 00:53 | Posted by 너부리7
감독 강이관
주연 범죄소년 "장지구" - 서영주, 대책없는 엄마 "장효순" - 이정현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12년 11월 26일 (월) 롯데시네마 노원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괜찮음  ★★★★


 

심한 후두염으로 의사소통이 곤란할 정도로 목이 쉬어버려... 오늘은 잠깐 출근하여 병원에 들른 후 곧바로 퇴근을 하게 됐다. 어쩌면 내일까지도 출근을 못 할 것 같다. (여러분 목감기 조심하세요!)

지난 금요일 <남영동 1985> 를 볼 적에, <범죄소년> 을 두고 잠시 고민에 빠졌었다. 나름 홍보가 많이 되어 상영관 찾기가 어렵지 않았던 <남영동 1985> 에 비해 <범죄소년> 은 외국 영화제에 초청까지 받았건만 개봉 첫 날부터 교차상영에 들어갔던 것이다. 다음주에도 볼 수 있는 <남영동 1985> 에 비해 <범죄소년> 은 개봉 첫 주가 아니면 극장에서는 못 볼 것 같았기에... 그러나 겨우 하루에 한 번 상영하는 <범죄소년> 과는 시간이 맞지 않았다. 포기.

부은 목이 아프고, 사람들이 말을 알아듣지 못할 만큼 목이 쉬었다는 것 외에 사실 다른 곳은 멀쩡했다. 모처럼의 황금같은 월요일 휴일을 그대로 날릴 수는 없었기에, 자주 가는 극장들 위주로 다시 한 번 <범죄소년> 상영시간을 확인해봤다. 밤 늦은 시간에 한 번 또는 두 번 상영... 여전히 시간이 맞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쉴까 하다가... 혹시나 하고... 영화 위주로 검색을 해봤더니... BINGO... 집 근처 극장에서 2시 5분에 상영을 한단다! (정말이지, 보고싶은 영화 한 번 보기 너무 어렵다. 내가 예술영화 마니아도 아니고...)


 

                **** 이 영화는 대놓고 스포일러 등장합니다. ^^ ****


<범죄소년>... 제목 그대로 10대 초반에 소년원을 밥 먹듯이 드나드는 한 '범죄소년' 의 이야기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소년이고 싶다는, 범죄소년 "장지구" 를 둘러싼 일상은 한숨 그 자체. 당뇨 합병 증세로 오히려 소년의 도움이 절실한, 소년의 유일한 보호자인 외할아버지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학교에서는 구석에 틀어박혀 잠 자기 일쑤, 주변의 친구들은 죄다 소년과 비슷한 부류의 범죄소년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암담한 일상 속 소년에게 작은 즐거움을 주는 존재는 알콩달콩 풋사랑을 키워가는 여자친구 새롬. 그러던 중 소년은 보호관찰 중에 또래들과 범죄를 저지르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외할아버지를 홀로 둔 채 다시 소년원에 수감되어 11개월을 보낸다.

 

갑작스런, 그러나 이미 예고되었던 외할아버지의 죽음. 이제 세상에 어느 누구 하나 없게 된 범죄소년 지구 앞에 13년만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엄마" 가 나타난다. 11개월의 수감 생활을 끝내고 엄마와 함께 살게 된 지구. 그 때 자신은 겨우 17살이었다며, 무서웠다고 고백하는 엄마, 효순. 학교 후배가 원장으로 있는 헤어샵에 늦깎이 보조로 일하는 엄마는 지구를 책임질 수 있을 만큼 든든한 그늘이 아니었다. 설상 가상 친구로부터 듣게 된 여자친구 새롬의 소식에 지구는 큰 충격을 받는다.

 

효순의 비극은 아물지 못한 채 지구의 비극으로 "대물림" 된다. 두 사람은 다른 듯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세상의 어떤 엄마가 자신의 망가진 인생이 아이에게 대물림 되기를 바랄까... 쓰라린 현실과 회한 속에 효순은 울부짖고, 지구는 엄마처럼 살진 않을 거라며 모텔 월방을 뛰쳐나간다. 엄마는 사리지고, 소년은 다시 혼자가 됐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하고... 안쓰러웠다.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우리 사회라도 좀 보듬어 안아야 할 텐데... 아이들은 방치되고, 좋은 것 보단 안 좋은 걸 먼저 배운 채 어설픈 어른 흉내를 낼 뿐이다. 그래봤자 그들은 경제력도, 자신을 지킬 능력도 안 되는 미성년자들로, 가정에서 버림 받고, 사회에서 소외된 채, 소년원으로 내몰린다. 뒤늦게나마 (10대 중반의 나이에 '뒤늦게' 란 표현은 좀 그렇다) 조금 더 나은 삶을 향해 작은 날개짓을 펼쳐보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소년은 다시 범죄소년이 되어 소년원으로 향한다.
엄마는 술집 여종원업이 되어 고단한 하루를 이어간다.
그래도 엄마는 부동산 가게의 월세 광고에 관심을 가지며 다시 아들과 함께 할 날을 꿈꾼다.

이 정도면 나름 해피엔딩인가?
(대책 없고, 철 없는 엄마 역할에 이정현 딱! ㅋㅋ 신예 소년배우 서영주 기대된다! ㅎㅎ)



-몰랐는데 <범죄소년> 은 "국가인권위원회" 의 후원을 받은 영화였다.

-청소년범들의 대부분은, 영화에 등장하는 범죄소년 '지구' 처럼, 결손가정이라는 주변의 손가락질이 폭력으로, 가난이 절도로, 그렇게 만나게 된 또래와 특수 절도를 저지르는 식이다. 물론 이러한 범죄들이 모여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강력범죄로 귀결되겠지만...

-어린 범죄자들에게 무조건 매서운 꾸짖음과 벌만 줄 게 아니라, 따뜻한 눈으로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어려운 환경에서도 범죄에 노출되기 보단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사회적인 배려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 같다!

범죄소년
감독 강이관 (2012 / 한국)
출연 이정현,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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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1985

2012. 11. 24. 14:37 | Posted by 너부리7
감독 정지영
주연 민주운동가 "김종태" - 박원상, 고문기술자 "이두한" - 이경영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12년 11월 23일 (금) 롯데시네마 피카디리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괜찮음  ★★★★

 

지난 달부터 <남영동 1985> 가 개봉하기를 손꼽아 기다려왔다. 1년 전 작고하신 故 김근태 前 의원에 대해 각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고인이 고문 피해자였고, 결국 그 후유증으로 환갑이 조금 넘은 나이에 저세상으로 가셨다는 건 잘 알고 있었기에, 영화 홍보가 시작되자마자 영화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기다림에 지쳐 영화의 원작격인 고인의 책 [남영동 1985] 를 살짝 어렵게 구입해 읽기까지 했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서점 Y에서는 어쩐일인지 최근 나온 개정판도 절판 상태였다)

지난 금요일, 그러니까 어제, 심한 목감기에 목소리가 완전히 쉬어버려 반차를 내고 퇴근을 감행했다. 회사 근처 단골 이비인후과의 점심시간이 2시까지여서 은행업무도 보고, 차가운 오후 거리를 잠시 배회하다가 무사히 진료를 받고,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한 뒤 그냥 집에 가기 아쉬워 마침 개봉한 <남영동 1985> 를 홀로 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고(오로지 관심만!), 정치적 성향이 약간 "좌" 인데 비해, 나의 절친 박여사님은 약간 "우" 쪽이여서 정치적 성향이 완전 딴판이다. 그걸 몇 년 전 한명숙 前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때 우연히 발견하고 매우 놀랐다. 이미 좌, 우의 이념 논쟁은 낡고 구태의연한 것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이슈이니까. 어쨌든 오래 전 그 날 몇 마디의 대화에서 평생을 걸쳐 형성되었을 정치 성향이 쉽게 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조금 답답해졌다. 중요한 건! 내가 지지하는 "좌" 의 인사들이 지금보다 더더욱 도덕적으로 완벽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불필요한 오해와 색안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해법 같다. 얘기가 길어졌다. <남영동 1985> 를 내 주변 친구들이 같이 봐줄 것 같지 않아, 혼자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오히려 잘 됐다는 얘기.


                    ****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등장합니다. ^^ ****


그 동안 날카로운 사시미칼과 선혈이 낭자한 무시무시한 조폭영화들을 많이 봐서인지... 매우 다행스럽게도 <남영동 1985> 를 보는 동안 손으로 내 눈을 가리지 않을 수 있었다. 예전에 <나는 악마를 보았다> 리뷰에서도 썼듯이, 칼과 고문의 차이는, 내가 현실에서 맞닥드릴 수 있느냐, 아니면 결코 맞닥드릴 일이 없느냐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살면서 조폭에게 사시미칼로 협박 받을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게 아니라, 집에서 반찬을 만들기 위해 채소를 손질하는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칼의 공격을 받을 수 있고, 하다못해 건조한 어느 날 복사를 하다가 복사용지에... 윽...!! 칼과 피는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만한 일이니, 상상이 가능하기에, 마음에 와닿아 공포를 느끼게 되지만, 일상생활에서 고문을 당할 일은... 게다가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로 볼 때... 암튼 지극히 개인적인 내 생각이다. 나도 고문 영화를 보면서 눈을 가리지 않는 나의 강심장에 다소간 놀랐고, 왜일까?, 생각하다 내린 결론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당당하던 민주투사 김종태가 고문에 의해 서서히 파괴되어가는 모습을 가감없이 그린다. 반복되는 물고문과 전기고문에 의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외우고, 대답하는 알몸의 김종태를 보는 내내 내 마음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그의 피폐해진 심경을 대변하는 듯 아내와 자신이 환영으로 등장해 이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변명했다. 여기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어요, 그 분들은 성직자니까 똑같이 대할 수는 없을 거야, 하는 말들이 먹먹하게 다가왔다. T^T


영원이 끝날 것 같지 않던 마지막이 오고, 고문의 흔적을 지우려는 회사원들에 의해 김종태의 단장이 시작된다... 그 순간 김종태는 모든 것은 고문에 의한 거짓 자백이었다고 양심선언을 한다. 분노한 이두한은 김종태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모두 빼앗아 가는 초강수를 두는데...

 

세월이 흘러 김종태는 2년 6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세상으로 나와 재야운동가에서 국회의원으로 신분이 바뀌고 보건부 장관에 임명되어 국무회의 자리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논의한다. (이 장면에 故 김근태 前 의원의 미망인이자, 現 국회의원인 인재근 여사와 천정배 前 의원이 까메오로 등장한다) 그 자리에서 생각하기도 싫은 과거 고문 얘기와 수감중인 이근한 경감을 만나고 싶지 않느냐는 동료 국무의원의 질문을 듣고는 짧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일갈한다. "제가 만나고 싶지 않아요."


과연 김종태는 이두한을 만났을까요? 안 만났을까요?
영화 <남영동 1985> 보시라고 마지막은 물음표로 남겨둡니다...


영화 엔딩크레딧에 등장하는 고문 피해자들의 눈물 섞인 통한의 인터뷰가 마지막까지 내 발목을 붙들었다. 결국 마지막 인터뷰까지 보느라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간 뒤에야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많은 여운이 남았다.


과거 군부 정권시절 고문으로 이미 숨을 거두셨거나 지금까지 후유증에 시달리며 오랫동안 억울함과 답답함에 몸과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 분들을 진심으로 위로해 봅니다. 앞으로 이러한 야만의 역사가 대한민국에서 발 붙이지 못하도록 작은 노력이나마 기울여 보려고 합니다. 힘내세요! 늦었지만 故 김근태님의 명복을 빕니다.


주저리... 주저리...
정말 오랜만에 영화 리뷰를 올려본다. 한 달에 극장에서만 4편이상의 영화를 보는 자칭타칭 영화狂인 나. 한 때 6편은 기본, 최대 10편까지도 예사로 보던 나였었다. 뭐... 그간 영화 관람 횟수가 다소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나는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을 즐긴다. 그러나 귀차니즘 덕분에 리뷰까지 손대진 못했었다. 리뷰를 올릴만한 명작(?)을 만나지 못한 탓이라는 변명을 할 순 있겠다. 영화 리뷰야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전문 영화평론가들도 많고, 훨씬 예리한 시각으로 전문적인 글을 올리는 영화블로거들도 많으니까, 나는 그냥 내가 보고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영화에 대한 얘기만 올리는 걸로. ㅋㅋㅋ

남영동1985
감독 정지영 (2012 / 한국)
출연 박원상,이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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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

2010. 8. 26. 22:27 | Posted by 너부리7

감독 김지운
주연 국정원 경호원 "김수현" - 이병헌, 연쇄살인범 "장경철" - 최민식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10년 8월 19일 (목) 서울극장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보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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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 상영 얘기까지 나오길래 개봉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그러다 다음 메인페이지에 한 블로거가 쓴 <악마를 보았다> 리뷰가 뜬 걸 보고서야, "어? 개봉했네?" 하며 리뷰를 읽어봤다. 그 블로거는 이 영화가 외설적이라고 했다. 지독한 잔혹함이 마치 리얼한 섹스 장면이 나오는 것 같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리뷰를 읽으며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에 관람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한 편으로는 이 죽일 놈의 호기심이... 그러나 나의 베스트 영화 프렌드(?)인 박여사님이 <아저씨> 를 다른 이와 보기로 했단다. (주말에 쉬는 게 불가능한 현재 내 직장의 사정 상 <아저씨> 는 각자 보고, <악마를 보았다> 는 무서우니 함께 보자고 약속을 했었다) 어쩔 수 없이 <악마를 보았다> 를 보게 됐다. 참고로, 나와 박여사는 공포 영화는 절대 보지 않지만 스릴러까지는 섭렵하는 편이다. 물론 스릴러 쟝르를 포함시킨 것도 몇 년 되지 않는다.

<악마를 보았다> 를 직접 본 후의 느낌은? "......" 할 말 없음!
관람 당시엔 이미 잔혹하다, 끔찍하다 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은 후라서 심상치 않은 도입 초반의 으스스한 분위기 때부터 손가락으로 눈을 가린 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두근두근... 그리고 쾅... 상상을 초월하는 악마 장경철의 무자비한 망치질과 사방으로 튀는 피... 나는 초반부터 얼이 빠졌고, 이 영화를 끝까지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스포일러 등장합니다 ^^;;) 장경철이 휘두른 망치는 <추격자> 의 지영민이 휘두른 해머 보다야 사이즈가 훨씬 작긴 하지만 놀라움은 그 이상이었다. 그런데... 극 중 첫 희생자이자, 김수현의 애인인 주연은 엄청난 망치 세례에도 아직 죽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그녀는 장경철에게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얘기하지만 그는 그저 비웃을 뿐... 결국 극장의 어느 여성 관객은 그 끔찍함에 주변 사람 의식하지 않고 냅다 비명까지 질렀다. 다른 영화 같았다면 주변에서 "뭐야?" 했겠지만 관객 모두 그 심정이 이해되는지 볼멘소리 하나 나오지 않았을 정도였다. 내 기억에 그 여성 관객은 그 후로도 서너번 정도 비명을 질러댔던 것 같다. 어쨌거나 <악마를 보았다> 는 내가 본 최고의 잔혹 또는 끔찍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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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여성을 대상으로 연쇄살인을 저질러 세간을 놀라게 했던 몇 명의 이름이 떠오르며, 그들도 이런식으로? 하는 생각에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나 마음이 불편했다. 게다가 극 중 장경철이 범행대상으로 고른 여자들은 그저 일상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혹은 자주 경험할 수 있는 일상적인 상황 한 가운데에서 무자비한 범행을 당한 것이다. 이것이 나의 공포심을 더욱 더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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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영화 관람시간도 밤 8시여서 144분의 런닝타임이 지나고 보니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 귀가길에 회사 주차장(24시간 영업장이고, 실외주차장이라 으스스한 분위기 아님)에 들러 차를 가지고 나오는 것까지는 괜찮았으나 문제는 우리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었다. 본 단지 맞은편에 작은 원룸형 아파트 한 동이 덜렁 서 있는 우리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은 지하 1층과 지하 2층에 있다. 보통 9시를 넘은 시간에 도착하면 지하 1층은 만차여서 지하 2층으로 가야 하는데, 온기가 느껴지는 지하 1층의 분위기와는 판이하게 지하 2층은 대낮에도 뭔가 튀어나올 듯한 으스스한 분위기이다. 밤 12시가 다 된 시간에, <악마를 보았다> 도 봐줬겠다... 주차를 하고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는 엘레베이터를 향하고, 엘레베이터 앞에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정말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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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니 왜 영화 심의 관계자들이 <악마를 보았다> 의 제한상영까지 거론했는지 알 것 같다. 표현의 자유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옹호하지만 나의 작은마음(Small Heart)도 생각해주기를... 술병이나 담배갑에 써 있는 경고 문구를 이 영화 상영 전에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요즘 내 간이 너무 작아진 모양이다... ㅋㅋㅋ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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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김지운 감독의 영화들은 충분히 무자비했고 잔인했다. 중간 중간 웃음을 주는 요소도 많지만 이번 건 좀 심했다. 물론 김수현이 장경철에게 무자비한 복수를 감행하는 것을 다소 어리둥절하게 지켜보면서 (왜? 극 중반까지도 난 김수현이 장경철에게 캡슐을 강제로 먹인 뒤 왜 그의 뒤를 밟는지 그 이유를 눈치채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장경철의 친구가 먹는 시뻘건 음식의 정체도 박여사가 알려준 후에 알아챘을 정도!) 당해도 싸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접근했지만, 점차 복수의 강도가 세지면서 김수현도 정상이 아니구나 란 생각이 들자,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감이 왔다. 결정적으로 오 과장(천호진 분)의 "짐승 잡자고 짐승이 되어서는 안 된다" 란 대사를 들은 후 으흠... 그러나 감독의 의도가 아무리 심오하다고 해도, 이 영화 <악마를 보았다> 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고, 이렇게까지 리얼하게 그려야만 사람들이 감독이나 배우들이 주려는 메세지를 이해하는 것은 아닐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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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난 무서운 영화는 싫다... 물론 잔혹한 영화는 더 더욱 싫다...
살인을 그저 취미 정도로 아는 장경철은 당해도 싼 놈 맞다. 그러나 그 놈에게 처절한 복수를 감행한 김수현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행동까지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혹시 <악마를 보았다> 의 "악마" 란 김수현의 복수극을 빗댄 말은 아니었을까? 어느 누구나 극한의 상황에서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악마" 의 마음 말이다. 그래도 무서운 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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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아쉬운 배우는 최민식이었다. 최민식을 보고 있노라면 게리 올드먼이 생각난다. 사이코 기질이 다분한 나쁜 놈 연기를 이 두 사람 만큼 실감나게 잘 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싶다. 음... 생각해 보니 외국으로 눈을 돌리면 케빈 스페이시도 만만치 않다. <세븐> 의 그 악독한 악마... 우리 배우들 중에는 설경구가 2순위 정도 되겠다. 각설하고... 내가 생각하는 최민식 최고의 연기는 <파이란> 의 한 없이 비열한 남자, <올드보이> 의 소시민 → 복수 → 절망의 3단 콤보 변신이었다. 부디 최민식의 차기작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기를 바란다! 더 이상 사이코는 싫어... T^T  


감독 이창동
주연 늦깍이 시인 지망생 "양미자" - 윤정희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10년 5월 13일 (목) 롯데시네마 노원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매우 좋음 ^^  ★★★★★

겨우 지난 주 목요일에 개봉했는데도 우리 동네 L극장에서는 벌써 교차상영이다.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내 주변 영화 친구들의 취향으로 볼 때 같이 관람하는 것은 무리겠다 싶어서, 이러다가 영화 내리겠다는 불안감과 맞물려, 꽤 오랫만에 홀로 관람을 감행했다. (L시네마에서 배급하는 영화가 아니라면 우리 동네 L극장은 철저히 상업적으로 운영되어서 <시> 같은 부류의 영화는 상영을 하는 것만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마저도 교차상영이라는 악행으로 나 같은 영화 팬의 가슴을 찢어놓기 일쑤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극장은 엄연히 상업적인 공간인 것을... 우리 동네가 건대입구가 아님을 한탄하는 수 밖에... ㅠ_ㅠ) 

'우리 동네에서 누가 이런 영화를 보겠어' 라는 용감한 생각으로 홀로 볼 때 주로 이용하는 4~5번째 줄 통로 옆 자리가 아닌, 6번째 줄 가운데 자리를 떡하니 예매했다. 이런 생각이 재앙으로 돌변할 줄은 정말 몰랐다. 평일 오후 3시가 조금 지난 시각임에도 좌석수가 비교적 작은 관이어서 그랬는지 사람들이 반 이상 차 있었다. 영화관 정 가운데 자리인 내 자리 앞, 뒤, 양 옆은 당연히 만석... 게다가 주변을 쓰윽 둘러보니 어르신들이 많았다. 어르신들이 많다는 건... 어르신들께는 참으로 죄송한 말씀이지만... 휴대전화 벨소리와 그에 이은 전화 받기, 소곤소곤(그러나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수다, 기침소리, 움직임 등등 영화관람 매너를 기대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나의 이런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T_T 그러나 정말 최악은 내 오른편에 앉은 아가씨였다. 어둠 속이라 정확한 식별은 어려웠으나 내 또래거나 나보다 한 두 살 아래로 보였다. 그녀에겐 팝콘이 안겨있었고, 그녀는 영화관람 내내 아그작아그작 소리를 내며 팝콘을 먹어댔다. 10분이 멀다하고 웃기는 코믹영화도 아니고, 화려한 총격신을 자랑하는 액션영화도, 가볍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메디는 더더군다나 아닌 영화가 <시> 아닌가? 영화가 시작되고 졸졸졸 흐르는 강이 나올 때만 해도, '그래, 이왕 산 팝콘이니까 먹긴 해야지', '시끄러운 소리 날 때만 드셔줬으면...' 등등 우호적인 입장이었다. 오! 그런데 그녀는 무례한 건지, 자기 밖에 모르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장면 가리지않고 끈질기게 먹어댔다. 하필이면 그녀의 팝콘은 왜 그리도 바삭하게 튀겨진 건지... 홀로 관람의 가장 좋은 점은 오로지 영화에만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난 내 오른쪽에 앉은 그녀 덕분에 영화의 몰입을 제대로 방해받았다. 그녀는 영화 종반부에 이르러서야 팝콘 먹기를 중단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뜨는 순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후다닥 영화관을 나섰다. 그게 몇 차례 투덜댔던 나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제발 중요한 장면에서 팝콘 좀 먹지마라! 응? 이 못된 인간들아!!!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만난 건 전작 <밀양>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독실한 크리스챤인 내 베스트 영화친구 박여사에게 <밀양>이 주는 메세지는 다소 불쾌했겠지만 무신론자에 가까운 나에게 <밀양>의 메세지는 가슴에 팍팍 와닿았다. 아들을 유괴해 결국 죽음으로 몰고간 원수에게, 그 분께 구원을 받은 어린 양이 된 엄마는 어렵사리 너의 죄를 용서하겠노라 말하는데, 그 원수는 이미 자신 또한 구원을 받았다는 천인공노할 말을 한다. 이 상황에서 꼭지가 돌지 않을 엄마가 몇 명이나 있을까? (아니...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하필이면 석가탄신일?! ㅋㅋㅋ) <밀양> 덕분에 이창동 감독은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감독 대열에 합류하셨고, 결혼과 출산 이후 3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전도연의 <하녀>에 관심을 보이고 있던 나에게 소리없이 등장한 이 감독은 15년만의 영화출연이라는 노배우 윤정희 여사와 함께 <시>를 선보이며 나의 영화적 관심사를 온통 빼앗으시는 신공도 보이셨다.


세상을 향한 그녀의 작은 외침 <시>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 낡은 서민 아파트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이다윗)와 함께 살아가는 미자(윤정희). 그녀는 꽃 장식 모자부터 화사한 의상까지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엉뚱한 캐릭터다. 미자는 어느 날 동네 문화원에서 우연히 '시' 강좌를 수강하게 되며 난생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된다.
시상을 찾기 위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주시하며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는 미자.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것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아 소녀처럼 설레인다.
그러나, 그녀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면서 세상이 자신의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시> 팜플렛 중 Synopsis에서 발췌) 


영화가 시작됐다. 졸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강변에 꼬마 아이들 서너명이 놀고 있다. 한 꼬마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강물을 바라본다. 강물 저 멀리 마치 점처럼 보였던 물체가 화면 가득 다가온다. 교복을 입은 소녀의 주검이다. 그리고 제목이 뜬다. <시>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소녀적인 감성이 풍부해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많은 양미자 할머니는 화려한 꽃무늬 자켓, 모자 등으로 남다른 패션센스를 자랑하는 멋쟁이 할머니지만 생계를 위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간병인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우연히 문화원의 시 강좌 포스터를 보고 시를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는 강좌가 끝날 때까지 시를 한 편씩 제출하라는 시인(극중에서는 김용탁으로 나오지만 그는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시인이다)의 말에 시를 쓰기 위해 시상을 찾으려 노력한다.
사과, 아파트 마당 평상 옆 큰 나무, 음식점 화단의 붉은 맨드라미, 나무에서 떨어져 바닥에 뒹구는 살구 열매... 일상의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온다.
그러나 시와 소녀의 죽음이라는 비극이 연결되는 순간 아름답게만 보였던 세상이 달라진다. 그것이 양미자 할머니의 "내 인생 가장 뜨거운 순간" 이었을까? 


<시>의 메인포스터를 가득 채운 양미자 할머니의 모습은 오랫동안 알지 못했던 그 무언가를 알아버린 고뇌에 찬 인간의 모습 같다...

139분. 2시간이 넘는 긴 런닝타임이다. 그런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선정적인 장면도 없고, 송강호처럼 유머러스한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데도... 가장 선정적인 장면이라면 영화 시작부분에 등장하는 소녀의 주검이지만 그것도 뒤집혀서 뒤통수와 교복을 입은 상체의 뒷모습 정도가 나올 뿐이다. 아, 시 낭송회에서 경찰 아저씨의 음담패설 정도가 선정(?)적이려나...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 <시>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평이다. 
(나무에서 떨어진 살구 열매에 대한 느낌을 말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런데 양미자 할머니는 어떻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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