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영화'에 해당되는 글 7

  1. 2010.02.14 식객: 김치전쟁
  2. 2009.11.12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Michael Jackson's This Is It)
  3. 2009.10.21 나는 갈매기 2
  4. 2009.09.27 이태원 살인사건
  5. 2009.09.08 프로포즈 (The Proposal) 2
  6. 2008.11.03 아내가 결혼했다 4
  7. 2008.09.25 신기전 (神機箭)

식객: 김치전쟁

2010. 2. 14. 09:08 | Posted by 너부리7

감독 백동훈, 김길형
주연 세계적 쉐프 "배장은" - 김정은, 차장수 "성찬" - 진구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10년 2월 3일 (수) 롯데시네마 노원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괜찮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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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1권「맛의시작」서두에 허영만 화백은 이렇게 써 놓았다.

거친 물살을 헤치고 기어이 태생지로 돌아가는 연어처럼 우리는 귀소본능을 가지고 최초의 맛을 찾아 헤맨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식객 시리즈의 근간을 이 세 문장으로 요약한 것 아닌가 싶은데... 허 화백에게 물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다. ^^;;

어머니의 맛!
가슴으로 느끼는 맛!
일류 호텔의 잘 나가는 쉐프들이 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려온다 한들 어머니가 온갖 정성을 들여 차려주시는 밥상만 할까?

영화 <식객: 김치전쟁>은 허 화백 원작의「식객」시리즈에서 기본적인 재료, 본업은 차장수이나 범상치 않은 고수의 포스가 느껴지는 성찬, 성찬의 연인이자 맛컬럼니스트로 거의 매회 등장하는 포인트紙(지)의 김진수 기자(만화에서는 한결같이 잡지사 이름이 포인트지만 영화나 TV드라마에선 매번 달랐다), 그리고 성찬의 영원한 라이벌로 종종 얼굴을 비치는 오봉주의 변형, 자칭타칭 최고의 쉐프라는 자존심과 오기로 똘똘 뭉친 배장은을 가져왔지만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재료와 양념을 더해, 마치「식객」의 실제 에피소드 중 하나인 것 같은 동일한 느낌을 준다. 그건 아마도 내 글 서두에 있는 허 화백의 글과 최고의 음식으로 마음을 움직여라! 는 영화의 카피가 일맥상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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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김치전쟁>은 엄청난 눈물을 유발했던 <하모니> 만큼은 아니지만 배장은의 어머니 수향과 배장은, 배장은과 성찬, 성찬과 그의 어머니의 갈등이 클라이막스로 치닫을 즈음 자연스럽게 몇 번의 눈물을 유발시킨다. 그래서인가 배장은 역을 맡은 김정은은 물론이고, 만화 속의 성찬은 음식과 식재료에 있어서만은 한 치의 빈틈도 없지만, 성격 자체는 항상 명랑하고 유머러스한데, 진구의 성찬은 어딘가 모르게 그늘이 져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드는 의문은, 왜 항상「식객」을 영상물로만 옮기면, 만화 속에서는 양친이 다 살아계시고 나름 화목한 가정에서 정상(?)적으로 자라난 성찬이, 유년시절이 불우한 청년으로 둔갑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ㅋㅋ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 김치전쟁답게 너무나 다양하고 맛깔스러운 각양각색의 김치들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입안 가득 고이는 군침을 참을 길이 없었다. ^^;; 개인적으로 김치 없이도 밥 한 그릇 뚝닥 하는 건 문제도 아닌 사람이라, 성찬이나 다른 참가자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담근 김치보다는 배장은이 만든 퓨전김치가 더 먹어보고 싶었다. 어디 그런 김치 파는 데 없수?

어떻든 그래서 이 영화는 볼 만 하다!
그러나 가족애나 눈물샘 자극하는 영화를 싫어하는 당신이라면... so so...

일간지에 연재되는 식객을 매일매일 보거나 인터넷을 이용하여 열독하는 정도의 독자는 아니지만, 아쉽게도 설 연휴 이후에나 받아볼 수 있게 된 따끈따끈한 신작 26권까지, 단행본 만큼은 1권부터 빠지지 않고 사 봤는데, 그 사이「식객」은, 1대 성찬 김강우, 2대 성찬 김래원, 3대 성찬 진구에 이르기까지 영화와 TV드라마까지 두루 섭렵한 국민만화가 되었다. 원작이 있는 대부분의 영상물이 그러하듯 아직 원작을 뛰어넘는 영상물이 등장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한 편으론 다음「식객」은 어떤 모습으로 영상화 될까 하는 기대도 해보게 된다. 식객 화이팅! 허영만 화백 화이팅! (참고로... 성찬과 김진수 기자는 드디어 결혼에 골인했답니다 ^-^)

감독 케니 오테가(Kenny Ortega)
주연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09년 11월 6일 (금)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괜찮음+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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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로 예정되어 있었던 마이클 잭슨의 월드투어 "This Is It" 의 리허설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바로 이 영화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이다. MJ(마이클 잭슨)가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그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영상물인 셈이다.

지난 6월 25일...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난 MJ. 슬픈 일은 겹쳐서 오는 것인지... 하필 그는 6·25 사변일에 세상을 떠났다. (2009년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떠나간다... 가슴이 아프다...) MJ가 갑자기 숨을 거뒀다는 소식을 접하곤 그저 한 동안 멍했던 기억이 난다. MJ의 충성스러운 팬은 아니었어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팝의 황제"  였던 그이기에, 그의 메가 히트 곡 몇 개는 자주 드는 음악 리스트에서 늘 빠지지 않았고, 때문에 그의 죽음은 친한 친구의 죽음이라도 되는 냥 먹먹하기까지 했다. 특히 그의 장례식 날, 어여쁜 그의 딸이 울먹이며 읽어내려가던 송사를 TV를 통해 보노라니 코 끝이 찡해지기까지...

MJ가 세상을 등진 지도 벌써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부검사진이 유출됐네, 어쨌네 하는 지금... 과연 그는 편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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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추억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단, 2주간 상영된다는 홍보 문구를 이미 1개월 전부터 접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가 위대해 보이기도 했고... (10월 28일 개봉했는데 아직까지 상영되는 걸 보면 2주간 제한 상영은 철회된 모양이다... 정확한 건 모르겠고...)

리허설 모습을 모은 다큐멘터리라곤 하지만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공연에 임하는 황제의 열정과 그를 뒷받침 하는 스태프들, 밴드들, 백 댄서들, 코러스들, 장비들, 스케일 등등 모든 것에 압도당했다. 50이라는 그의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했다. 이토록 열심히 준비했던 공연을 팬들에게 선사하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하다니...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최고의 점수는 별 다섯개, 매우 좋음 ^^ 이다. 최고의 점수를 부여하고 싶었으나 별 반개를 뺐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나는 MJ의 충성스러운 팬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공연이 아닌 리허설의 한계성과 어쩔 수 없이 계속 반복되는 포멧이 중반 이후 급격한 지루함을 주었다. 그래서 그 지루함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저 내가 그의 골수 팬이 아니므로 어쩔 수 없는...

어떻든 영화를 보는 내내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던 이유는... 그의 멋진 공연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 오래 전 내한 공연 당시 왜 그의 공연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인지에 대한 때늦은 후회...
Good Bye... MJ... R.I.P...

(사족 하나... 그대 월드스타를 꿈꾸는가? 젠장... 라이브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언감생심... 그 무슨...)

나는 갈매기

2009. 10. 21. 00:05 | Posted by 너부리7

감독 권상준
주연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 & 프런트, 열혈 부산 갈매기들(롯데 자이언츠 팬들)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09년 10월 12일 (월) 롯데시네마 노원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괜찮음! ★★★★

나는 부산 갈매기는 아니지만.. 영화를 보는 순간 나도 갈매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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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조성환 선수가 얼굴에
공을 맞고 결국 앰뷸런스에
실려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공필성 코치의 분노가
폭발하는 순간 어느 새
나의 눈가엔 이슬이...
 
한 동안 축구에 열중하느라
멀리 했던 야구!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ㅋㅋ

야구를 사랑하십니까?
그렇다면 관람은 의무~!
그리고 우리 모두
각자 응원하는 구단의 이야기도
영화화 되도록 힘써보자구욧~!
^^*







주저리 주저리..
① 부산 갈매기 만큼이나 내가 사랑했었던 곰땡이들 팬들도 엄청난데.. ^^;;
    한국시리즈가 한참인 지금 나는 임시로 SK를 응원중이다.
    왕자들의 반란과 비자금 스캔들, 최근 두산 인프라코어의 뇌물 사건으로
    연일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는 두산 그룹..
    그 막대한 자금의 아주 작은 일부라도 구단 운영에 투자를 했다면
    3년 내내 가을잔치에서 SK에게 고배를 마시지는 않았을 텐데..
    한 동안 야구를 멀리 하여 요 근래 두산 상황은 잘 알지 못하지만 뻔할 뻔자지..
    입맛이 쓰다, 써!!!
② 이 영화 보기 굉장히 힘들었다.
    9월 26일에 개봉했는데 서울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집 근처 롯데시네마 노원 하나 뿐..
    게다가 관람할 수 있는 시간도 오후 2시와 밤 12시 뿐이었다.
    결국 완성품도 보지 못한 채 학원을 빠져나와 겨우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다양성이 결여된 극장 시장.. 정말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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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사건

2009. 9. 27. 02:41 | Posted by 너부리7
감독 홍기선
주연 검사 "박대식" - 정진영, 용의자1 "피어슨" - 장근석, 용의자2 "알렉스" - 신승환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09년 9월 19일 (토) 시너스 단성사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괜찮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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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악평이 난무했으나 정작 나는 괜찮게 봤다. (남들이 모두 No라고 할 때 Yes를 외치는 나는야 타고난 반골? ㅋㅋㅋ)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12년 전, 이태원의 B모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일어났던 참혹한 살인사건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싶은 것이, 아직도 범인이 오리무중인 이 사건을 영화를 통해 다시금 환기시켜 준다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일까 하는 영감(?) 같은 생각이 든다. (ex. 실미도-천만관객을 동원한 초대형 히트작이었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솔직히 나 역시 이태원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97년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한참 후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유가족들의 억울한 사연과 당시 사건 조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석연치 않은 점 등이 방송되었고 덕분에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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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영화를 통해 보면서 느낀 점이지만 SOFA 협정 때문에 유력한 용의자인 미국인을마음대로 수사할 수 없다는 게.. 물론 강압적인 우리의 전근대적인 수사방식을 100%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은 많이 나아지려다.. 다시 컴백중? 암튼 경찰분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거 참 씁쓸하구먼..

문득 올 초 캄보디아 여행 시 가이드 아저씨로부터 들었던 얘기가 떠오른다.
한 일본 청년이 현지 아가씨와 사랑에 빠져 몇 달간 동거까지 하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아가씨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청년을 도울 길이 없었던 일본 대사관은 급기야 청년을 밀항시켰다고 한다. 결코 옳은 방법은 아니지만 그 만큼 자국민은 확실히 챙긴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캄보디아의 모 외국인 학교에서 수위가 자신의 친구들을 끌어들여 학교를 점거하고 학생과 선생들을 인질로 잡고 거액(캄보디아 보통人 기준)의 몸값과 안전한 도피수단(승합차 1대)를 요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한다. 여기 쓰려면 몇 바닥은 족히 넘을 기막한 해프닝 끝에 총기가 발사되고 이 난리 통에 학생과 선생들이 탈출하고, 5살 난 캐나다 어린이가 죽고, 인질범 하나가 죽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되었다고. 헌데 엉뚱하게도 이 사건이 마치 우리 교민 때문에 벌어진 것처럼 수사 결과가 발표되어 한 동안 현지인들과 외국인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고 한다. 내용인즉슨 학교에 다니던 한 한국인 학생의 부모가 운영하던 가게에서 일을 했던 수위의 친구가 불만을 품고 보복을 하기 위해 벌인 사건이었다는 것. 물론 사실과 달랐지만 우리 대사관은 캄보디아 정부에게 공식적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까지 우리의 경쟁력은?
大韓民國 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우리의 경쟁력은 언제쯤 생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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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포스터나 팜플렛은 온통 정진영 vs 장근석의 구도로 홍보를 했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니 <이태원 살인사건>에서 가장 빛난 사람은, 알렉스 역을 맡아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미교포 2세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한 신승환 이다. 물론 이 영화를 통해 이전의 사랑스러운 꽃미남과 조금은 반항스러운 소년의 이미지를 탈피하여 강한 성격배우로서도 손색이 없음을 보여준 장근석과 항상 믿음을 주는 정진영의 연기 역시도 좋았지만 말이다. 매우 안타까운 것은 이 영화가 대부분의 관람객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고 흥행성적도 좋지 않아 지명도 마저 낮은 신승환의 연기가 묻히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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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때때로 조금은 썰렁한 웃음을 주기도 하고,
선혈이 낭자한 살인현장을 알렉스와 피어슨의 시선을 통해 다르게 보여주기도 하고,
한국인 엄마와 멕시칸 아빠 사이에서 사회적 약자로 태어나 미국의 수사기관 CID에 의해 사실상 범인으로 지목되다시피 한 피어슨에게 동정어린 시선을 주며 고뇌하는,
자신의 선택(알렉스를 범인으로 지목)이 옳은 것인지 혼란에 빠지는
검사 박대식의 인간적인 면모와 주변의 외압을 보여주기도 하고,
돈만 있으면 살인(물론 단정할 순 없다)까지도 면할 수 있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등
여러 가지로 이태원 살인사건을 환기시켜 주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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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를 제외한 대다수의 관람객에겐, 이러한 담백한 제작진의 시선이 중간 정도의 재미도 안겨주지 못한 것 같다.

어떻든 시종일관 피어슨과 알렉스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관객들에게 알아 맞춰 보라는 듯 피어슨이 진범인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가도 어느샌가 알렉스가 진범인 듯한 냄새 피우기를 반복하던 영화는, 후반으로 가면서 두 사람 모두 범인(공범)인 듯한 느낌을 강하게 주면서, "아차" 싶은 눈빛을 멀어져가던 알렉스와 그의 여자친구에게 던지던 알렉스의 변호사(오광록 분)와 한국말로 감사의 인사를 하는 피어슨에게 "그런데 너 한국말 못한다고 하지 않았어?" 라며 날카라운 질문을 던지는 박 검사에게 짐짓 냉정한 표정으로 "감옥에서 배웠다" 고 말하며 검사실을 떠나는 피어슨의 뒷통수를 바라보는 박 검사의 망연자실한 시선으로 마무리 된다.

과연 범인은 누가인가? 알렉스? 피어슨? 그도 저도 아니라면 제3의 인물?
故 조중필 군의 명복을 빕니다.

프로포즈 (The Proposal)

2009. 9. 8. 02:19 | Posted by 너부리7
감독 앤 플레쳐(Anne Fletcher)
주연 일명 "마녀" 편집장 "마가렛 테이트" - 산드라 블록(Sandra Bullock),
        남자비서 "앤드류 팩스턴" -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09년 9월 5일 (토) 롯데시네마 구리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괜찮음! ★★★★

일주일이 멀다 하고 영화관을 찾는(인정한다, 나의 취미는 영화관람이다!) 나와는 달리
영화 보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의 '어린' 친구(어리다고 해봤자 이미 30대 ㅋㅋ)
그나마 보는 영화가 있다면 그것은 "로맨틱 코메디" 이다.

근자에 적당한 "로맨틱 코메디" 가 없었고 그리하여 그간 이 어린 친구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억지 춘향 식으로 봐야하는 불운을 겪었다. 급기야 지난 달에 만났을 때는 영화를 보지 않기도 했다. 내심 속으로 나는 안타까워 눈물을 훔쳤지만.. (우리나라에서 나홀로 영화를 본다는 건 아직은 주변의 눈초리가 고민스럽다.. 그러나 사실 영화는 혼자 보는 게 더 편하다.. 나는 재미있는데 같이 온 친구가 한숨을 푹푹 내쉰다면? 나 역시 끝까지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없기 마련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보다는 둘이 낫다! 어쩔 수 없다. 아직은 그게 세상의 이치이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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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에도 영화를 보지 않고 그냥 얼굴만 보는가 하고 절망하고 있던 나에게 좋은 먹잇감이 나타났으니.. 하하하.. 바로 한 때 로맨틱 코메디의 여왕으로 군림했었던 산드라 블록 주연의 <프로포즈>였다. 이 영화의 존재는 일요일 오후에 M본부를 통해 방송되는 <출발! 비디오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일단은~ 로맨틱 코메디 쟝르 라는 것에 안도했고, 소개하는 내용이 재미있을 법 하여 또 한 번 안도했다. 다행히 산드라 블록 주연의 로맨틱 코메디라는 것을 밝히자 구리시에 사는 우리 젊은 친구 또한 만족스러워 했다. 하하하. 이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설마 나만 좋은건가? ㅎㅎㅎㅎ

사실 나는 "로맨틱 코메디" 쟝르를 즐겨서 볼 만큼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사람들 입 깨나 오르내리면 마지못해 봐주는 정도? 물론 영화를 좋아하니까 기본적으로 누가 무슨 영화를 보자고 하면 거절하는 법은 없긴 하다. ^^;; <프로포즈> 역시 구미에 확 당기는 영화는 아니었다. 위에 언급한 "안도" 라는 것도 평균 이상은 할 것이라는 표현이었을 뿐, 큰 기대를 하진 않았었다. 그런데.. 역시 산드라는 로맨틱 코메디의 여왕이었다. 간만에 재미있는, 괜찮은 로맨틱 코메디를 선사해준 그녀, 산드라와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된 스칼렛 요한슨(요한슨이 유부녀라는 건 엊그제 알았음 ㅋㅋ)의 남편, 라이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물론, 비록 3년 간 함께 일했다고는 하나, 겨우 3일동안 함께 지냈을 뿐이면서 서로의 진면목을 안다는 설정이나 찌질한(뭐 "마녀" 상사의 비서 노릇을 3년 간이나 했다니 나름 영특한?) 비서 나부랭이 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알래스카의 엄친아 였다는 설정 등등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뻔한 스토리로 귀결되긴 했으나 다행히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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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마녀" 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던, 일과 출세 밖에 모르는 악명 높은, 일중독자 여자 상사와 거의 띠 동갑(극 중에 나이가 언급된 적은 없지만 64년생 산드라 블록과 76년생 라이언 레이놀즈는 실제로 띠 동갑이다) 가까이 나이 차가 나는 남자 비서와의 사랑이라는 설정도 흔히 봐 왔던 "남자 상사와 나이 어린 여자 비서" 라는 설정에서 빗겨간 공식이라 일면 산뜻했고, 헐리웃 영화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알래스카 라는 지역적 배경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날씨가 추운 곳을 배경으로 하는 로맨틱 코메디 하니 지난 봄 개봉했었던 르네 젤위거 주연의 <미쓰 루시힐>이 뜬금없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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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제 슬슬 아침과 저녁이 스산해지는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이 가을,
연인이 되었든,
나처럼 동성 친구가 되었든,
손 잡고 한 번 봐 보길 권한다.

추천~ ^^*


P.S 불혹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산드라의 나이스 바디!
       오드리 헵번이 연상되는 산드라의 나이스 블랙 수트!

아내가 결혼했다

2008. 11. 3. 11:48 | Posted by 너부리7

감독 정윤수
주연 평범한 주인아의 첫 남편 "노덕훈" - 김주혁, 도발적인 매력의 "주인아" - 손예진,
        주인아의 두 번째 남편 "한재경" - 주상욱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08년 11월 1일 (토) 시너스G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괜찮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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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는 발칙한 내용을 담고 있는 박현욱 장편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를 영화로 옮겨놓은 것이 바로 이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되시겠다.

책을 읽을 당시 엄청난 문화적 쓰나미에 시달리며 여러 차례 책을 덮기도 했지만 박현욱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필체와 소설 중간중간 양념처럼 등장하는 축구 이야기 덕분에 결국 끝까지 책을 읽었고, 그 후로도 여러 번 책을 꺼내 곱씹곤 했었다. 물론 그러는 내내 나는 충격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나 큰 고민을 하고 가치관의 혼란에 휩싸여 분노했던 적은 일찌기 없었다.

뭐.. 결코 이 책의 내용에 동조할 생각은 없지만 타인의 삶이니 만큼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사실 이 반대의 케이스로 남편이 작은 댁을 들여 큰 댁과 한 집에 사는 풍경이야 한 때 우리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일이었으니 이해를 하자고 들면 못할 것도 없긴 하다. 나처럼 책을 읽고 혹은 이 영화를 보고 분노에 치를 떠는 사람들의 이면에는, 남자는 되지만 여자는 안 된다는 뿌리 깊은 성차별의 폐해가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일처다부제도, 일부다처제도 모두 찬성하지 않는다! ^^;;

소설 VS 영화

나의 선택은 소설이다.
형 만한 아우 없다고 했다. 소설을 먼저 접한 나로서는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소설 VS 영화의 문제는 무거움 VS 가벼움으로도 대립각을 세울 수 있겠다.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만큼 소설의 단순한 흥미나 막연한 상상이 아닌,
만약에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친다면 또는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되려고 등등의
다소 심각한 고민,
이제까지 옳다고 믿어왔던 진리가 하루 아침에 깨어져 버렸을 때나 느낄 수 있는
참담한 심정과 함께 분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하지만
끝까지 글을 읽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또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소설 속 내용과 비슷한 상황의 축구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꽤 쏠쏠할 것이다.
 
영화 역시 강점은 있다.
특히 남자 주인공인 덕훈과 조연급이랄 수 있는 재경을 맡아 열연을 펼친 두 배우,
김주혁과 주상욱은 기가 막힌 남편 덕훈과 인아의 닮은 꼴이라는 두 번째 남편 재경을
소설 속 인물에서 내 주변에서 살아 숨 쉬는 평범한 사람들로 만들어 주었다. ^^
반면 인아 역의 손예진은 사랑스럽고 청순한 외모를 십분 발휘하여 인아의 당위성에
대해 좀 더 신뢰를 가게끔 만들지만 외모 하나로만 본다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자인
소설 속 인아를, 전혀 다른 인아로 탈바꿈시켜 책을 읽은 나로서는 솔직히 어리둥절했다.
(소설 속 덕훈은 인아의 외모에 반한 것이 아니라 보통의 여자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축구를 좋아한다거나 술을 잘 마신다거나 하는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는데
 과연 책을 읽지 않고 바로 영화를 보신 분들이 이것을 제대로 이해했을까?)

물론 손예진의 연기는 늘 그렇듯 흠 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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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원작에서 벗어나 스토리의 당위성을 부르짖는다. 두 번째 남편 재경과 다정하게 잡지에 실린 인아를 보고 분노의 극한을 달리는 덕훈은 결국 친자확인검사를 통해 딸 "지원"이 자신의 생물학적 딸임을 밝혀내고 재경이 그의 가족들과 치르는 돌잔치를 엉망으로 만들고 괴로워하다 재경을 통해 그와의 관계시에는 피임을 했다, 지원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덕훈임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는 고백을 듣고 아내의 사랑을 새삼 깨달으며 100%는 아니더라도 진심으로 아내를 이해하고 결국 인아의 초대를 받고 재경과 함께 스페인으로 향한다는 이야기..

모두 소설 속에서는 나오지 않는 내용들이다.

소설 속 덕훈은, 펄펄 뛰는 인아 덕분에 친자확인은 애저녁에 포기하고 인아의 뉴질랜드 이민 계획에 처음에는 분노하지만 고민 끝에 결국 재경과 딸 지원과 함께 먼저 떠나버린 인아를 따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내미를 보기 위해 이민을 떠난다.

그러니까 영화는 소설의 결말을 조금 수정하는 것으로
이 영화를 보고 문화적인 충격에 휩싸일 관객들에게 약간의 완충제를 선사하는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여전히 "이런 천인공노할!" 이다. ㅋㅋ

어떻든 영화를 본 내 솔직한 소감을 말하자면 괜찮았다.
이미 2년 전, 소설을 읽으며 고민할 것 다 고민하고 분노할 것 다 분노했기 때문에
지금은 면역력이 생겨 아주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주의] 지나치게 보수적이거나 이해심이 부족한 자들은 절대 보지 말 것~!
          급격한 혈압 상승으로 목 잡고 뒤로 넘어질 수 있음.. ^-^*
 

신기전 (神機箭)

2008. 9. 25. 16:58 | Posted by 너부리7

감독 김유진
주연 설주 - 정재영, 홍리 - 한은정, 호위무사 창강 - 허준호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08년 9월 13일 (토) 롯데시네마 노원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괜찮음! ★★★★

허무맹랑하다는 주변의 얘기도 많았고, 러브라인이 엉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때문에 개봉 전부터 약속을 잡아놨던 이 영화의 관람을 다른 영화로 바꿀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다 KBS 연예가중계의 "감독열전" 코너를 통해 <신기전>의 감독이 <약속>, <와일드 카드>의 감독임을 알게 되었다.
(<와일드카드>.. 또래 연기자들 중 가장 연기를 잘 하는 양동근이 여전히 돋보였고,
 형사들의 애환과 퍽치기의 공포를 동시에 깨닫게 해줬던 기억이 생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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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목한 건 <신기전>을 만든 김유진 감독이 <약속>을 만들었다는 것 보다
입소문만으로 꽤 많은 관객을 동원했던 <와일드 카드>의 감독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관람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큰 기대까지 하는 무서운 일을 저지르고 만다..
(영화 관람 전 큰 기대를 하고 본 영화는 거의 "꽝" 인 징크스가 있는 나.
 그러니 큰 기대를 하고 영화를 본다는 건 나로선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모든 징크스가 그러하듯 나의 징크스 역시 종종 깨지곤 한다.
 올 2008년만 해도 두 번이나 깨졌다. <다크 나이트>, 그리고 바로 이 영화 <신기전>..)

무기로서 신기전의 위용은 실로 엄청났다.
소신기전, 중신기전이 환상적인 추진력을 지닌 다연발 화살이라면,
대신기전은 요즘의 미사일에 맞먹는 엄청난 화력과 추진력을 지닌 어마어마한 무기였다.
때문에 대체적으로 주변의 반응이 좋은 편이었던 <신기전>이건만
유독 대신기전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비현실적이어서 만화 같았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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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그토록 말이 많았던 대신기전 마저도 "우와~" 하는 탄성을 지르며
유쾌·상쾌·통쾌 하게 바라보았다.
사실 나도 딴지 하면 한 딴지 하는데 대신기전이 그 만큼 어색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어차피 엄숙한 대하사극도 아닌데 설사 좀 과대포장을 했다고 한들 뭐 어떤가?
오히려 이 대목에서 내가 매우 아쉬었던 건

이토록 앞서갔던 찬란한 우리의 문화유산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하는 비분강개였다.
대신기전 같은 무기가 그대로 계승이 되었다면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쯤
거뜬 했을 텐데..

입 맛이 쓰다.

요즘 KBS 대하사극 <대왕 세종>을 즐겨보는데
앞서가는 선각자 세종을 대신들이나 백성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을 매회 만난다.
심지어 장차 세종의 뒤를 이어 왕위를 물려받을 세자(훗날 문종) 마저..
세종의 사랑을 받았던 장영실은 세종 승하 후 능지처참을 당했다 전해진다..
우리의 문화유산 중 으뜸으로 손꼽히는 한글을 "언문"이라 무시하며 중국의 한자만을
숭상했던 사대부들이 천한 노비 출신의 장영실을 그냥 놔뒀을 리 만무할 터..
세종 승하 후 장영실을 비롯한 집현전 학자들이 피땀 흘려 만든 수많은 발명품 또한
장영실의 죽음처럼 그렇게 허망하게 역사 저 편으로 사라졌을 것이고,
그 안에 "신기전" 도 포함돼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도 우리는 우리 것을 제대로 보전하지 못하고 있다.
올 초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숭례문 방화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세종시대의 위대한 발명품, 한글을 제대로 구사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한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를 잘 구사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 전에 우리 말부터 제대로 익히는 게 중요한 건 아닌지..  

정재영이 열연한 주인공 "설주" 는 <바르게 살자>의 "정도만" 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다분히 진지하면서도 은근히 유머러스하지만 또 무지하게 썰렁한 캐릭터가 형제처럼
닮은 듯 한데 역시 정재영 만이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를 통해 드디어 항상 헷갈렸던 정재영, 정진영, 장진영의 방정식을 풀었다.
 아마도 더 이상은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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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얘기가 너무 길어졌다.

그래도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한은정의 재발견을 꼽고 싶다.
KBS 1TV 대하드라마 <서울 1945>의 "김혜경" 역을 맡은 이후 또래 여자 배우들과
행보를 달리하기 시작한 그녀의 선택은 사극이었다.
현대극에나 어울릴 톡톡 튀는 목소리와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한은정과 사극톤 대사라..
영화를 관람하기 전 포스터만 보고는 캐스팅에 강한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홍리-한은정의 캐스팅은 괜찮았고
설주-정재영과의 연기 호흡도 척척 들어맞았다.
무엇보다 한은정의 톡톡 튀는 목소리와 적절한 현대극식 대사 처리가 맞물려
당차고 도도하나 일면 연약한 모습을 지닌 홍리 역에 안성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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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의 별점은 ★★★★
아직 못 보셨다면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한 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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