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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2014. 8. 23. 12:40 | Posted by 너부리7

감독 김한민
주연 성웅 "이순신" - 최민식, 해적출신 왜장 "구루지마" - 류승룡,

       이순신을 애증하는 왜장 "와키자카" - 조진웅 

조연 장군의 아들 "이회" - 권율, 거제현령 "안위" - 이승준,

       탐망꾼 "임준영" - 진구, 비운의 "정씨 여인" -  이정현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14년 8월 16일 (토) CGV 명동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보통+1/2 ★★★☆

 

 

꿈의 스코어라는 1,500만 돌파의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대세 중의 대세 영화 <명량> 을 보고 왔다.

 

중, 고교시절 국사 과목은 곧잘 했음에도,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에서 돌아가신 줄 알고 가슴을 졸이며 봤다. 하루 역의 노민우가 눈에 화살을 맞고 수장될 때까지 '그럼, 누가 죽이는 거지?' 하며 걱정을 했다. 이런 국사 무식자 같으니라구!! ㅋㅋ

 

12척의 배로 300여척 적선을 궤멸시킨 '성웅' 이순신 장군의 실화는 놀라움과 감동 그 자체지만, 명량대첩을 영화로 옮긴 <명량> 은 글쎄..?? 솔직히 관객수에 비하면 좀 실망스러웠다. 모두가 '예' 할 때 홀로 '아니오' 외치기의 명수 '진중권 교수' 가 영화를 보고 실망했다는 트윗을 올렸다는 기사를 접할 때까지만 해도 '이 양반 또 시작이군' 했었다. (미안합니다 ^^;;)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니 나 역시.. OTL

 

 

그건 마치 <또 하나의 가족> 을 보고 느꼈던 실망감과 비슷한 것이었다. 거대기업의 불편한 진실(?)을 영화화 하는 시도이다 보니, 영화를 찍기까지의 과정도 험난했고, 찍고 난 이후 개봉하기도 무척 어려웠던 영화였다. 또한 관객 입장에서는 개봉 첫 주가 지난 후에는 만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T^T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으나 내용과 구성면에서 실망감이 컸다. <변호인> 을 본 뒤라서 한껏 눈이 높아졌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영화의 완성도 여부를 떠나, 성웅으로 추앙받는 이순신 장군과 명량대첩이라는 소재를 다뤘다고 해서 무조건 맹신하는 분위기는 경계하고 싶다. 게다가 관객수가 영화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이 아님에도, 언제부터인가 조금만 관객몰이를 할라치면 천만 관객 운운하는 대형배급사와 언론의 태도에 영 입맛이 쓰다.

 

 

뭐, 그렇다고 <명량> 이 형편없는 영화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주, 조연배우들 모두 출중한 연기력이 돋보였고, CG 사용이 많았다는 건 영화관람 후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서야 알았으니 CG 완성도도 훌륭했다.

 

문제는 스토리와 편집 같다. 감독의 의중은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고뇌와 함께 민초들의 헌신적인 도움까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여지나, 충분하지 못했다. 그래서 좀 어색하고 뭔가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나는 다들 최고로 꼽는 전투장면에서도 살짝 지루함을 느꼈다. 아무리 주가 이순신 장군이라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패배감에 젖어있던 다른 장수들이, 대장선의 놀라운 활약을 보고 자신감을 회복한 부분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했다. 아마도 편집과정에서 잘라낸 듯 한데.. 아쉽다!

 

 

 

개인적으로 '이순신 장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김훈 소설 <칼의 노래> 속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다. 김훈 작가 특유의 단문 위주의 간결하고 담담한, 어찌 보면 무뚝뚝하기까지 한 문체의 영향으로, 이순신 장군 역시 그러한 이미지로 기억된다. 묵묵히 장수 본연의 맡은 바 소임을 다 하는, 절대 꾸밈이나 엄살 따위라곤 찾아볼 수 없는, 꼬장꼬장한 원칙주의자의 모습 말이다. 물론 작가의 상상에서 기인한 것이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막내아들 면의 죽음에 가슴 아파 하는 부정(父情)이 안타까웠다. 수 많은 죽음 한가운데서 고뇌하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통해 임진왜란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김훈 작가 특유의 문체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전쟁의 참상에 가슴이 먹먹해져 며칠동안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명량> 으로 이순신 장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면 <칼의 노래> 를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내 또래 사람들이 기억하는 최초의 이순신 장군은 故 김무생 선생(요즘 1박2일에서 맹활약하는 탤런트 김주혁의 아버지)이 연기했던 MBC 대하드라마 <조선왕조 500년> 속 이순신 장군의 모습일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500원 지폐 속 메인모델(?)이었던 이순신 장군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인다고나 할까? ^^ <칼의 노래> 를 읽으면서도 은연중에 그 모습을 떠올렸던 것 같다. <명량> 이 나오기 전까지는 대부분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속 김명민이 연기했던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떠올릴 것 같다. 요즘 이순신 장군 붐을 타고 KBS에서 <불멸의 이순신> 을 다시 방송해주었으면.. 방영 당시에는 관심도가 미미해서 거의 보질 못했다. 다시 보고 싶다..

 

 

一揮掃蕩 血染山河 (일휘소탕 혈염산하)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

 

 

극 중에서 대승을 거둔 뒤 대장선의 한 격군이 관객 들으라며 대놓고 했던

"후손들이 우리가 이러고 개고생 한 것을 알까?"

라는 말의 의미가 꽤나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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