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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2012. 12. 9. 00:08 | Posted by 너부리7

감독 조근현
주연 조폭 "곽진배" - 진구, 사격선수 "심미진" - 한혜진, 경찰 "권정혁" - 임슬옹
       비서 "김주안" - 배수빈, 그 날의 장본인 "그 사람" - 장광
관람일 & 관람영화관 2012년 12월 7일 (금) 롯데시네마 피카디리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영화 점수  괜찮음  ★★★★

 영화 <26년> 이 끝나고...
나는 하마터면 연희동으로 그 사람을 잡으러 갈 뻔 했다.『분노』
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렇게 나의 분노를 촉발시킨 그 사람 역을 실감나게-뻔뻔 그 자체- 연기한 배우 장광님께 큰 박수를 치고 싶다. 짝짝짝)

무시무시했던 유신정권이 끝나고 어렵사리 찾아온 1980년 한국의 봄. 그 봄의 싹을 자르기 위해, 4천명이 넘는 무고한 광주시민들을 단지 "빨갱이" 로 몰아 무참히 살해하고 세워진 제5공화국. "왜 나만 가지고 그래" 하는 유행어를 남기며 아직까지 전국민의 염장을 지르며 호의호식 하며 잘 살고 있는 그 사람. 그 사람에게 전국민은 정말로 많은 사과의 기회를 준 것 같다. 그러나 아직 그 사람의 진심어린 사과를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혹시 했다면? 제보 바랍니다. 전 기억에 없네요) 대신 통장잔고가 "29만원" 이라는, 황당한 말만 계속 들려온다. 어째 죽을 놈은 안 죽고, 살아야 할 사람은 죽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다. 이 시점에서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지신 그 분을 전국구 스타로 만들어줬던 분노의 외침 "전두환 살인마!" 가 떠오르는 건...

개인적으로 유권자들이 이 영화를 보고 꼭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했으면 싶다. 작품의 좋고, 나쁨을 떠나 우리는 역사의 진실을 알아야 할 사명감 같은 게 있으니 말이다.

 

  ****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등장합니다. ^^ ****

 


난 영화의 내용과 결말을 알게 된다 해도 해당 영화 보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카더라~" 통신은 100% 신뢰할 수 없는 데다가, 경험상 반 정도는 오히려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기 때문에, 내 눈과 귀를 통해 영화를 봐야만 직성이 풀린다. 따라서 이번 호 한겨레21에 실린 <26년> 기사 덕분(?)에 영화 오프닝에 등장하는 광주의 아픔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영화를 관람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기사 중에 "너무 자세하게 가면 잔혹해지지만 반대로 가면 영화 전체를 감싸야 할 동기부여가 떨어진다" 는 감독의 언급이 나온다. 그래서 영화 오프닝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하는 묘안을 찾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영화를 직접 본 결과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마 실사로 구체적인 장면이 등장했다면... 난 아마 토악질을 해대며 극장을 빠져 나갔을 지도 모른다. (공포 또는 잔혹한 영화는 아예 볼 엄두를 못낸다) 어쨌거나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된 장면도 충격 그 자체였다. 1980년 5월 18일부터 며칠동안 광주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는 대략적으로 알고는 있었으나, 막연한 상상이 영상으로 눈 앞에 펼쳐지니... 솔직히 무서웠다. 내가 유가족이라면 아무리 그들이 백배 사죄를 한다 해도 절대로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막바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이러냐?" 며 생을 마감한 질펀한 광주사투리의 아저씨가 자꾸 떠오른다. ㅠ_ㅠ 대체 1980년 5월 18일 당시 광주분들이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역사의 진실 = 정치적인 성향?
이런 말도 안 되는 편견들이 존재한다. '5.18 광주 민주항쟁 유가족들이 사건의 장본인인 前 대통령 암살을 계획한다' 라는 내용의 영화 <26년> 도 투자사를 찾지 못해 큰 고생을 하다 크라우딩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했다는 얘기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삼성 백혈병 사건을 다룬 영화 <또 하나의 가족> 역시 제작비 마련 및 주연배우 섭외 자체가 힘들어 큰 난항을 겪다가 요 근래 크라우딩 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했다고 들었다. 암묵적 또는 노골적인 외압이 아닌, 그저 경기가 어려운 탓이라 믿고 싶다...

남편의 처참한 주검을 본 뒤 정신병에 걸린 어머니 밑에서 자란 곽진배(진구 역)는 어머니의 포장마차를 이어 하다 조폭 보스에게 스카우트 되어 조직의 No.2 가 된다. 딸 아이의 이름을 짓다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 한 아내를 보고 삶을 포기한 채 알콜중독이 되어버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심미진(한혜진 역)은 국가대표 사격선수가 되지만 아버지 때문에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 배에 총을 맞고 죽어가던 누나를 본 권정혁(임슬옹 역)은 경찰이 되지만 하필이면 그 사람의 외출시 교통을 통제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어느 날 이들 앞에 보안업체 회장 김갑세, 그의 아들이자 비서인 김주안 부자가 나타나 그 사람을 단죄하자는 제안을 한다.

과연 심미진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그 사람을 단죄할 수 있을까?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화 보시라고 이만 총총... ^^;;


영화를 보면서 나를 분노케 만든 그 사람 역의 장광, 그리고 질펀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던 곽진배 역의 진구가 가장 돋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향이 서울인 관계로 진구의 사투리가 제대로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귀에는 정말 현지 사람처럼 들렸다 ㅋㅋ) <도가니> 에 이어 장광 아저씨는 국민 악역으로 거듭날 것 같은 예감이다. 또래 중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다고 생각했던 진구 역시 강한 성격배우로 거듭날 듯 한 예감. 허나 신인배우 임슬옹의 연기는 참으로 거슬렸다. (2AM 팬들께는 참으로 죄송하지만) 외모는 멋진 경찰 그 자체였는데 목소리는 모기... 국어책 읽나 싶게 어색해서 극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김주안 포함 4명의 남, 녀 중 유일하게 갈등을 겪으며 이탈하는 인물이 권정혁인데, 그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다보니, 영화 후반 갑작스런 심경의 변화 또한 설득력이 떨어졌다. 뭐,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이다. 혹시 감독 연출력의 문제일수도? 원작을 접한 적 없는 나로서는 영화 상 내용만으로 판단을 할 밖에.



주저리... 주저리...
영화를 본 지 꼭 하루가 지났다.
나의 분노는 하루 사이에 많이 사그러 들었지만 여전히 영화를 생각하면 활활 타오른다.
1980년 이후... 26년을 지나, 이제 32년째.
거의 웬만한 정치인들은 죄다 국립현충원과 함께 빼놓지 않고 5.18 묘역 참배를 한다.
참배를 하고, 광주 정신을 계승하겠다,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 어쩌구 저쩌구... =_=;
헝가리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독재 대통령이 물러난 후 그와 그의 가족들은 국민들에 의해 처형을 당했다.
우리나라 정서상 그런 과격한 일은 아마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사람이 편안한 여생을 보내는 일만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 잊지맙시다. 1980년 5월 18일을.

26년
감독 조근현 (2012 / 한국)
출연 진구,한혜진,임슬옹,배수빈,이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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