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마광수를 추모하며

2017. 9. 9. 23:21 | Posted by 너부리7

마광수 前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66세.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검색을 해보니...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출처 연합뉴스>

 

 

지인들은 그가 사실상 사회적 타살 상태였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제작 <즐거운 사라> 로 외설 작가로 낙인이 찍힌 이후 검찰 조사, 재판, 교수직 해임과 복직을 거듭했던 고인이었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마광수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를 읽게 됐다.

세간의 색안경과 달리 "여성이여 당당해지자" 뭐 그런 내용이었다.

마 교수의 독특한 페티쉬 성향이 등장하지만 그래서 뭐? ^^;;

 

당시 민용태 교수였던가? 이 책을 빗대어 <나는야 한 여자가 좋다> 를 발표하기도 했었다. 치기어린 고교시절 참 뭣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를 읽은 후 마 교수에게 관심을 갖게 됐었다.

 

어느 날 같은 반 친구의 어머니께서 <즐거운 사라> 를 선물하셨다. 당신 딸은 읽지 못하도록 비닐과 테이프로 칭칭 감아서. 반에 마 교수의 팬이 있다고 하니, 그 애 갖다주라며 내게 주신 것이다.

 

그 뒤로 판매금지가 돼 금서가 된 <즐거운 사라> 는 아직도 본가(本家) 책장에 꽂혀있다.

 

 

 

 

<즐거운 사라> 는 당시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릴 만한 문제작이었다. 노골적인 성(性) 묘사도 묘사이거니와 주인공이 여제자(학생)와 남자교수(선생님)라는 것이 더욱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 즈음 배꼽티가 등장했었다. 지금이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당시는 나시티를 입고 외출하는 여자들도 없을 때였다. 대학 1학년 때였다. 또래 여대생이 배꼽티를 입고 학교에 왔는데 그걸 보고 같은 또래인 나와 친구들이 수근거렸던 게 떠오른다. (그 떄나 지금이나 유독 여성들에게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변함 없는 것 같다) 아무튼 그런 시절이었으니 사람들이 얼마나 놀랐겠는가.

 

그런데 고2 때 <즐거운 사라> 를 읽었던 나는 충격을 받지는 않았었다. 당시 여중,고생들 사이에 "할리퀸 로맨스" 가 유행이었다. 순정만화에 빠진 애들이 자연스레 그 쪽으로 넘어가곤 했었다. 만화방 죽순이였던 절친 덕에 나도 그 세계에 잠깐 발을 들였었다. 그 덕분인지 전혀 놀랍지가 않았다. 좀 더 노골적이냐 덜 노골적이냐의 차이었다.

 

백 번 양보해도 교수의 품위니, 음란물이니 어쩌구 해가며 검찰에서 수사를 하고 재판에 넘겨 결국 판매금지가 될 만한 책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그 판단을 왜 국가가 하는가! 그런 판단 정도는 국민들이 할 수 있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에 교수로 임용되었던 엘리트 작가는 이렇게 사회에서 매장 당했다.

 

마광수 교수는 그렇게 내 기억에서도 잊혀져 갔다. 가끔 뉴스를 통해 새로운 소설을 발표했다거나 복직, 정년 퇴임 등의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던 중 갑작스런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니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마광수 前 교수의 죽음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좀 더 다양한 문화와 시각에 대해 자유로운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마  광  수"
1951.4.14 ~ 2017.9.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