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후다닥 떠났던 작년 11월의 사이판 여행.
오전에는 스노클링, 정글 투어 등의 일정이 있고 오후에는 숙소에서 쉬는 휴양형 여행으로
피로에 지친 일상을 풀어주는 편안한 여행이었다. 문제는 내가 묵었던 호텔이었다.
제주도 크기의 자그마한 사이판임에도 호텔이 내륙에 한가운데 있어 해변을 만날 수 없었고
낡은 객실과 부족한 시설(미니 바/헤어 드라이기/안전금고 없음)들은 나를 슬프게 했다.
모든 원망은 자연스럽게 여행사인 모두투어에게 돌아갔다.
(근본적인 원인이야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은 채 가격만 보고 덥석 결정한 내게 있지만.. ^-^;;)
☞ 멀쩡해 보이는 사이판 리베라 호텔 로비와 수영장 전경입니다. ㅠ_ㅠ
사람들은 비싸도 하나투어 상품이 훨씬 좋다고들 했다.
상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두 회사 여행상품의 가격은 1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물론 하나투어가 그 정도 비싸다.
패키지 여행을 주로 하는 나도 근래에는 거의 하나투어를 이용했고 만족도도 높은 편이었다.
사이판 여행을 통해 처음 접한 모두투어의 이미지는 솔직히 싼 게 비지떡.. ^-^;;
회사에서 받은 9년 근속 수당 200만원으로 가는 여행이었지만 10만원이라도 아껴보자는 욕심에
이 여행사, 저 여행사를 기웃거리다 결국 모두투어에서
땡처리 캄보디아 상품을 발견하고
아직 직장에 다니시는 엄마와 일정을 조율하고 바로 예약을 감행했다.
주변 사람들은 캄보디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들을 주로 내놓았다. 세계에서 제일 못하는 최빈국 중 하나다, 치안이 안 좋아 위험하다 등등..
동요하는 척 했지만 실제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정작 내가 걱정한 건 호텔 즉, 숙소였다. 상품 상세페이지를 통해 본 캄보디아 호텔의 객실 사진들은 꽤 허름해 보였다.
설상가상 여행 예약을 진행해줬던 모두투어 직원조차 숙소가 괜찮냐는 나의 걱정스런 물음에
본인이 캄보디아에 갔을 때도 숙소에 새끼 손가락 만한 도마뱀이 자주 출몰했다는 말을 하며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뉘앙스를 풍기자,
내 머리 속에는 '이 여행을 꼭 가야 하나?' 하는 물음표 몇 백 개가 두둥실 떠올랐다.
(나는 'ㅂ' 자 들어가는 그 벌레를 포함한 모든 곤총류를 과하게 무서워한다.. ㅎㄷㄷ)동시에 사이판 호텔의 악몽이 떠올랐다.
특히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내려갈 때마다 나름 정성스레 차려줬던 5첩 반상이.. ㅠ_ㅠ
(순수 가정식 백반으로 물론 먹을 만 했지만 그래도 호텔에서 그게 뭐니 그게..)
다행히 내가 머물렀던 씨엠립 살리나(SALINA) 호텔은 괜찮은 편이었다.씨엠립 시내 한복판에 위치하여 여행 기간 내내 한 번도 혼자 나간 적은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현지의 카페나 상점을 구경할 수도 있고
전통 의상을 차용한 듯 캄보디아 냄새가 물씬 풍기는 호텔 제복을 입은 상냥한 직원들,
내가 원했던 아메리칸 뷔페 스타일의 아침식사(죽, 쌀국수 등 동양적인 식사도 있었다)와
위성 TV를 통해 매일매일 한국 뉴스와 아침드라마도 볼 수 있었으며
안전금고와 미니 바까지는 없었지만 유료 음료수가 가득한 냉장고와 헤어 드라이기도 있었다! ^^
(커피 포트가 없어 가져간 컵라면을 못 먹은 게 좀 아쉽지만.. 아침식사가 괜찮았으므로..)
결국 하나투어냐, 모두투어냐 하는 논쟁은 무의미했다. 중요한 건 상품!
☞ 달걀 프라이, 베이컨, 신선한 야채, 과일, 토스트 등의 미국식에
쌀국수, 죽, 반찬 등 캄보디아식으로 구성된 호텔 아침 뷔페.
딩동댕동 ♬ 합격입니다~ ^-^
☞
캄보디아는 불교의 나라입니다. (힌두교의 영향으로 미신도 많이 믿는대요.)
어떻든
캄보디아 곳곳에는 이렇게 작은 규모의 불당들이 많습니다. 8시반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한 가이드 아저씨는 30분이 넘도록 소식이 없었고
기다리기 지루해서 호텔 내에 있던 불당을 카메라에 옮겨봤어요.
Episode 2. 우째 이런 일이!전날 뇌물사건은 나만 겪은 일은 아니었다.
일행 중 전주에서 오신 노부부도 당하셨고 입국 당일과 다음날 아침까지 가이드에게 컴플레인..
그러나 더 큰 일이 있었다. 부산에서 오신 노부부의 가방이 뒤바뀐 것.
가이드는 뒤바뀐 가방을 찾기 위해 새벽부터 동분서주 했고 결국 찾는데 성공했다. 경축!
그런데 무슨 문제냐고? 평소 새벽 5시면 일어나시는 엄마는 우리나라보다 2시간이나 느린 캄보디아 현지 시간으로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준비를 끝내시고는 위성 TV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보셨다.
나도 5시쯤 일어나 6시에 준비를 끝냈다.
우리 두 모녀는 나란히 아침식사를 하러 갔다 7시쯤 다시 객실로 돌어왔다.
전날 가이드 아저씨가 8시 30분까지 호텔 로비에서 만나자고 했기 때문이다.
침대에 드러누워 위성 TV를 통해 이응경이 나오는 아침 드라마를 보고 8시 30분쯤 나섰다.
호텔 로비에는 전주 아저씨 빼고 우리 일행으로 짐작되는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전주 아저씨도 두리번거리면서 일행을 기다리는 눈치였기에 우리 모녀도 잠자코 기다렸다.
한 10분 정도 있으려니 가이드 아저씨가 보였는데 바로 어디론가 사라지고 꿩 궈먹은 소식.
다시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니 나의 인내심도 슬슬 바닥을 드러냈다.
패키지 여행 구력이 벌써 몇 년 째인데 가이드가 늦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투덜거렸다.
로비가 지루하여 호텔 밖으로 나갔는데 예상과 달리 꼭 한국의 가을 날씨 같은 것이 선선하다.
호텔 마당에 있는 미니 불당 양 옆으로 벤치들이 있었는데 거기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있고
전주 아저씨도 그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걸 보니 우리 일행인듯 싶었다.
뭔가 사정을 아는 듯한 그들도 너무 늦지 않느냐며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영문인지..
좀 더 기다리니 부산 노부부가 웬 승용차를 타고 들어서는 게 보였고 가이드 아저씨도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7시쯤 아침을 먹었던 다른 우리 일행들은
이미 가이드로부터 얘기를 전달받고 착하게(?) 기다리고 있던 거였다.
우리 모녀가 너무 부지런을 떤 덕분에 가이드에게 전후사정을 듣지 못했던 것이다.
갑작스런 불상사가 생겨 일정이 지연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생겼으면 룸으로 연락해 일정 지연에 대한 설명을 해야 마땅하다.
특정 지역 사람들을 일반화 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무뚝뚝하기로 정평이 난 경상도 사나이, 우리 가이드 아저씨의 세심함이 부족했다.
☞ 열심히 노래 하시는 분이 바로 캄보디아 현지 가이드로 수고하셨던 박부장님.
쬐끔, 아주 쬐끔만 더 세심하셨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
은근(그래 대놓고) 까칠한 난 결국 첫 관광지로 이동하면서 버럭~ 하고 말았다.
관광버스 분위기는 싸아~ 찬 바람이 쌩쌩 돈다.
앞으로 3일동안 이 분위기 어쩔거야~ ㅋㅋ